뜨겁고 차갑고 아픈 이유에 대한 단서 발견 (2021 노벨 생리의학상)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와 그의 아내가 모닝커피 한 잔으로 노벨상 수상을 자축하고 있다. [사진=/The Nobel Prize 트위터]
뜨거울 때 뜨겁다고 느끼고 아플 때 아프다고 느끼는 인간의 능력은 생존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뜨거움을 감지하면 화상을 입는 등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차가움을 감지하면 동상 등의 손상을 덜 입게 된다. 또한, 촉각을 감지하면 날카로운 물건 등으로 인한 부상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피부를 통해 감각을 느끼는 능력은 중요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감지 능력 때문에 필요 이상의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다. 옷깃만 스쳐도 아픈 질환으로 잘 알려진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CRPS)’ 환자들이 대표적이다. CRPS 환자들은 작은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한 CRPS 환자는 방송에 출연해 안락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고통의 크기가 크다. 이로 인해 인간이 온도나 촉각 등을 어떻게 느끼는지 밝히는 연구는 일부 환자들에게 생존이 달린 문제다.

이에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통증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단초를 제공한 미국 과학자 2명에게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4일(현지시간) 전달했다. 이 두 과학자들은 온도와 촉각 수용체를 발견해 통증 치료제의 실마리를 찾았다.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아뎀 파타푸티안 교수가 그의 아들 루카와 함께 노벨상 기자회견 온라인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The Nobel Prize 트위터]
통증 수용체와 이들의 이동 통로 발견…통증치료제 개발에 도움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와 라호야 스크립스 연구소의 아뎀 파타푸티안 교수가 이번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이다. 두 교수는 온도와 촉각 수용체를 발견해 신경계가 온도나 물리적 자극을 어떻게 감지하는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줄리어스 교수는 1990년대 후반 캡사이신 성분을 이용해 열에 반응하는 피부 신경 말단의 감지기를 발견했고, 파타푸티안 교수는 압력에 민감한 세포들을 이용해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는 감지기를 확인했다.

줄리어스 교수가 발견한 감지기, 즉 통증수용체는 향후 ‘TRPV1’로 명명됐는데 이 수용체의 이동통로를 차단하는 것이 통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줄리어스 교수는 세포들이 캡사이신에 민감해지도록 만드는 한 유전자를 발견했다. 해당 유전자는 신경세포들이 캡사이신과 열에 반응해 이온 채널이 열리도록 만들었다. 이온이라고 불리는 전하를 띤 입자들이 세포로 몰려들어 뇌로 고통 신호를 보내도록 한 것이다. 줄리어스 교수는 이러한 신호를 전달하는 TRPV1의 이동통로를 차단하는 것이 통증을 줄이는 중요한 열쇠로 보았다.

이후 여러 대형 제약사들이 이 수용체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했고 실질적으로 여러 약물에 활용되고 있다. TRPV1의 이온 채널을 막아 통증을 줄이는 리도카인, 나트륨 채널 차단제, 칼슘 채널 차단제, 스테로이드 등이 통증 치료제에 쓰이고 있는 것.

박하 맛이 나는 물질인 멘톨을 이용한 개별 연구를 통해 줄리어스 교수와 파타푸티안 교수는 각각 차가운 것을 감지하는 수용체인 ‘TRPM8’이 이동하는 이온 채널도 발견했다.

또한, 파타푸티안 교수는 촉각에 반응해 열리는 이온 채널인 Piezo1과 Piezo2를 발견했는데, 특히 Piezo2는 몸이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파타푸티안 교수는 Piezo 채널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것이 통증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으로 보았다.

통증 치료는 아이러니한 개념을 가진 영역이다. 통증을 감지하는 수용체를 차단하면 내가 지금 펄펄 끓는 차를 마셨는지 따뜻한 차를 마셨는지 혹은 잔디밭을 걷고 있는지 가시밭을 걷고 있는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건강이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통증 그 자체만으로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미묘한 조절이 가능한 약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목표이며, 이번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두 과학자들은 새로운 종류의 진통제를 개발하는데 여러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공을 인정받았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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