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로 실려온 환자 중 뇌사자 감소한 이유?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응급구조사와 전문간호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사는 ‘예상’을 이야기할 때가 많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같은 거창한 검사는 당연하고, 간단한 혈액검사를 시행할 때에도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심하는 질환과 확인하려는 문제를 설명한다. 무턱대고 ‘혈액검사 한 번 해 봅시다’ 같은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CT와 MRI 같은 ‘비싼 검사’를 시행했을 때, 결과가 ‘의사의 예상’과 달리 정상으로 나오면 불만을 터트리는 환자와 보호자가 종종 있다. ‘쓸데없이 비싼 검사를 했다,’ ‘의사란 작자가 돈독이 올랐다,’ ‘돌팔이라 괜히 검사를 처방했다’ 같은 비난을 마주하는 상황도 드물지 않다. 그래서 가끔씩 양가적인 감정을 느낀다. 예를 들어 ‘충수염’을 예상하고 복부CT를 시행했을 때, 환자를 위해서는 CT가 정상이길 바라는 것이 옳지만 환자와 보호자가 적대적인 경우에는 CT가 정상이면 온갖 비난과 불만을 마주하므로 차라리 CT가 진짜 충수염이기를, 나의 음울한 예상이 맞기를 바랄 때가 있다.

뇌경색을 예상하고 MRI를 찍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뇌경색을 의심했습니다만, 다행히 정상입니다’는 말에 환자의 얼굴에 안도하는 표정이 떠오를 때가 가장 기쁘지만, 환자와 보호자가 비합리적으로 적대적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러나 환자와 보호자의 성향 혹은 태도와 관계없이 의사인 나의 예상이 빗나가길 간절히 바라는 상황도 있다. ‘저산소성 뇌손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뇌는 5분만 산소의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영구적인 손상이 남는 예민한 장기다. 그래서 심정지에 빠져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가 가까스로 심장박동을 회복해도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뇌사에 빠지거나 ‘식물인간’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 환자의 보호자에게 저산소성 뇌손상 가능성을 설명할 때는 나의 예상이 틀리기를, 환자가 거짓말처럼 의식을 찾고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행히 10년 전과 비교하면 심정지에 빠져 응급실에 도착하는 환자의 예후가 크게 좋아졌다. 심정지를 치료하는 방법에도 발전이 있었지만 가장 큰 개선은 ‘병원 전(prehospital) 단계’에서 응급조치를 시행하는 응급구조사의 활약이다. 119구급대의 응급구조사가 현장에서부터 심정지에 대해 적절하게 조치하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시간을 줄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아직도 응급구조사의 역할이 확실히 정립하지 않아 병원 전 단계에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덧붙여 ‘전문간호사 제도’의 개정을 추진하면서 응급구조사와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충돌하고 자칫 응급구조사의 전문성이 침해당할 가능성도 생겼다.

물론 전문간호사 제도의 개정은 직역에 따라 이해와 주장이 엇갈리는 복잡하고 예민한 문제라 찬성과 반대를 섣불리 밝히기 어렵다. 다만 간호사는 병원 전 단계의 상황을 목표로 육성한 인력이 아니어서 ‘현장에서 발생한 심정지’ 같은 병원 전 단계의 다양한 응급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러니 병원 전 단계의 응급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응급구조사의 업무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책임지는 사람들의 주의와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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