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숫자놀이에 어질…자가당착 빠진 ‘백신 인센티브’

지난 2일 서울 도심에서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또 다시 20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조치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음 주 추석특별방역대책도 의아하다는 의견들이다.

지난 8일 204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일주일도 채 안 돼 14일 208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그나마 거리두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확산세에 그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으나, 앞서 지난 3일 열린 국회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 오주환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3차 대유행에 이어 이번 4차 대유행에서도 거리두기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4차 대유행 이후에도 쇼핑몰이나 백화점을 방문해보면 사람들이 넘쳐난다. 한강공원이나 일산 호수공원 등 사람들의 방문이 많은 야외 공간 역시 사람들로 붐빈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이나 버스는 말할 것도 없다. 거리두기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다.

또한,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대부분 무증상이나 경증에 그친다는 사실을 그동안의 학습을 통해 이해하고 있고,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도도 높아 스스로에게 엄격한 이동 제한을 가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치명률은 현재 독감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6시 ‘땡’ 하면 마법처럼 바뀌는 인원수…책임은 자영업자 몫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생각해도 거리두기는 지속 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연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방역 책임을 자영업자들에게 더욱 전가하고 있다.

현재 거리두기 4단계 지역의 카페나 음식점은 오후 6시 이전에는 접종 완료자 2명을 포함한 6인, 저녁 6시 이후에는 신데렐라의 마법처럼 갑자기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한 6인까지 모임이 가능하다.

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의 책임으로 이어진다. QR코드와 온도 체크 등 이미 일이 과중된 상황에서 일일이 손님들의 백신 접종 여부까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2차 접종을 마쳤다고 해서 접종 완료자는 아니다.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야 접종 완료자가 되는데, 일부 손님들은 “나도 백신 맞았는데 왜 나가야 되냐”라는 시비가 붙기도 한다. 일행이 아닌 척 서로 옆테이블에 앉는 사람들도 많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온전히 자영업자의 몫이다. 손님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방역 수칙을 어기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에 대해 방역당국은 “보편화되고 익숙해질 것”이라는 아찔한 말을 남겼다.

추석 연휴 거리두기의 모순

계속해서 바뀌는 숫자놀이는 추석특별방역대책에서도 확인된다. 정부는 추석기간,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한 8인까지 모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얼핏 백신 접종 완료자들에게 혜택을 준 것처럼 보이지만 추석이 부모, 자녀, 손주 세대가 함께 모이는 때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들 중 접종을 완료한 세대는 부모 세대뿐일 가능성이 있다. 즉, 상당수는 접종 완료자 4명이라는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40대 이하는 이제 1차 접종을 하고 있다. 젊은 엄마, 아빠, 이모, 삼촌과 조카들이 모이는 구성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이번 추석 방역대책은 기존 방침과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 8명 모임은 가정 내로 한정되는데 이는 성묘를 위해서는 8명이 모일 수 없다는 의미다. 산소는 야외공간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밀폐·밀접·밀집 조건인 가정 내에서만 8명이 모일 수 있다는 것. 앞서 정부는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야외에서 노마스크를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러한 조치와 이번 추석 특별조치는 서로 어긋나는 자가당착을 보이고 있다.

요즘에는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펜션이나 캠핑장 등에서 가족들이 모이기도 한다. 캠핑장 역시 야외 공간이지만 이 공간에서도 8명이 모일 수 없다.

자영업자에게 떠넘기는 책임이 추석 연휴에는 많은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이처럼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위드 코로나를 미루고 있는 사실에 대해 3일 국회 간담회에서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는 ‘정부의 준비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사실상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린 뒤 위드 코로나로 갈 명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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