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국가 인구의 1.9%만 백신 1차 접종 마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소득 국가에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기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올해 목표한 백신물량을 22% 이상 감축했다. 이는 세계 최대 백신 생산국인 인도가 델타 변이 유행으로 확진자가 늘어나자 자국 내 백신 수출을 전면 중단시킨 것과 자국민에 대한 부스터 백신 물량을 비축하기 위해 백신 기부를 주저하는 선진국 때문이라고 국제적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13일 보도했다.

코백스는 세계보건기구(WHO) 주도로 중하위 소득국가 92개국에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해주기 위해 결성된 프로젝트다. 코백스는 올해 18억 회분의 백신 주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최근 그 목표량을 14억 회분으로 낮췄다. 코백스의 주축을 이루는 세계백신연합(GAVI)의 세스 버클리 대표는 “실망스러운 결과지만 우리의 목표 중 하나가 투명성이기에 이를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백스가 9월 13일 현재 확보한 백신 물량은 2억5500만 회분뿐이다. 인도 세럼연구소에서 생산한 2억3000만 회 분량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을 추가로 공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봄 델타 변이의 유행으로 인도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인도정부는 세럼연구소의 백신 수출을 전면 중단시켰다. 이 수출제한 조치가 언제 풀릴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제약회사 노바백스는 이와 별도로 자사가 개발한 단백질재조합 백신 1억 회분의 추가 제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백신은 WHO나 다른 어느 나라로부터도 아직 사용승인을 받지 못했다. 나머지 부족 물량은 미국 내 공장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긴 존슨 앤 존슨, 아직 백신 효능 데이터를 제출하지 않은 중국 제약기업 클로버 파마슈티컬스 그리고 또 다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업체의 약속 미이행으로 발생했다.

이로 인해 WHO의 코로나19 예방접종 목표가 달성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WHO는 9월말까지 세계인구의 10%, 연말까지 40%에 대한 백신접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소득 국가에 사는 인구의 90%는 첫 번째 목표를 달성했고 70%는 두 번째 목표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저소득 국가에 사는 인구는 1.9%만이 그것도 1차 접종을 마쳤을 뿐이다.

코백스는 WHO의 목표를 충족하기에 충분한 45억 회분을 공급받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백신제조업체들이 이들 분량의 우선 공급을 요구한 부유한 국가들과 계약을 위해 약속을 깼다. 코백스의 파트너인 국제민간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미국 측 이사인 니콜 루리는 “그 어떤 나라도 나중에 공급받겠다는 나라가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백신 기부만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억4000만 회분을 기부한데 이어 올해 말까지 2억회 분을 추가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2022년 중반까지 3억 회분의 추가 기부를 약속했다. 미국 관리들은 부스터 샷 추가접종이 결정되고 이행되더라도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WHO 관리들은 고소득국의 부스터 샷(추가 백신접종) 정책결정으로 인해 코백스에 공급될 분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제약회사와 고소득국이 모든 나라에서 최소한 취약계층과 의료종사자들에 대한 예방접종이 가능하도록 도와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의 백신 공급을 통제하는 제약사들과 국가들이 가난한 사람들은 남아도는 백신에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침묵을 지키고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부스터 샷에 대한 유예(모라토리엄)을 촉구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미국을 콕 찍어서 말하지 않았지만 같은 날 젠 프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부스터샷 결정이 전 세계 백신공급에 반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9월 20일부터 백신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에게 부스터샷 추가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정부의 최고과학기관들의 조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백신자문위원회는 9월 17일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의 일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6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화이자 백신의 세 번째 주사가 어떻게 감염과 심각한 질병을 10배 이상 감소시켰는지를 보여주는 이스라엘의 자료를 제시했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은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부스터샷을 추가접종하는 것은 면역체계가 손상되었거나, 80세 이상, 특히 중증질환에 걸리기 쉬운 사람 아니면 경증에 걸려서도 안되는 의료담당자로 국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13일 국제의학저널 《랜싯》에 발표된 WHO와 FDA 소속 과학자들의 발표문도 궤를 같이 한다. 이들은 부스터샷 필요성에 대한 관찰연구가 “해석하기 어렵거나” 세부사항에서 “중요한 잘못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보다는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백신접종을 맞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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