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89호 (2021-09-13일자)

삶과 일에서 세렌디피티와 운칠기삼의 철학

영화 ‘세렌디피티’의 포스터

지난 금요일, 언론사 퇴직 후 스리랑카에서 2년 동안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귀국해서 이번에는 볼리비아로 가려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출국 대기 중인 선배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선배는 스리랑카 얘기를 들려줬는데, 공교롭게도 제가 요즘 빠져 있는 책 《CEO의 이력서(Before I was CEO)》에서도 스리랑카 얘기가 나옵니다.

미국 저널리스트 피터 반햄은 이 책에서 세계적 리더들이 ‘뜻밖의 행운’ 덕분에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면서, ‘뜻밖의 행운’을 뜻하는 영어단어 ‘Serendipity’에 대해서 자세히 풀이했더군요. 그 ‘세렌디피티’가 스리랑카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번에 그 단어를 알았다는 점에서 저의 무식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뜨거운 단어더군요. BTS 지민과 알버트 포시스가 각각 이 단어를 제목으로 하는 노래를 발표했고 서울에 이 이름을 상호로 하고 있는 카페, 식당, 꽃집 등이 무수하더군요.

세렌디피티는 14세기 페르시아 문호 아미르 호스로 델라비의 《8개의 천국》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페르시아의 왕자들이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서 남아시아의 섬나라 세렌디포(스리랑카)로 여행 갔다가 도둑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갔다가 풀려나와 오히려 왕의 자문이 되는 이야기 ‘세런딥의 세 왕자’가 기원입니다. 이 이야기가 베네치아를 거쳐 영국으로 전해졌고, 18세기 영국 작가 호러스 월폴이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용어를 규정했다고 하네요.

이 용어는 2001년 피터 첼솜 감독의 영화 《세렌디피티》를 통해서 대중에게 번집니다. 이 때에는 뜻밖의 행운, 운명적 만남 등을 포함하는 의미라네요.

2003년 과학사회학의 창시자 로버트 머튼과 엘리너 바버는 《세렌디피티의 여행과 모험》을 통해서 ‘뜻밖의 발견’이라는 과학적 의미를 부여합니다. BC 3세기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유레카”를 외치며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것, 아이작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은 것, 알렉산더 플레밍이 방치된 포도상구균 배양접시에서 푸른곰팡이가 자란 부분의 세균이 없어진 것을 보고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 등이 모두 ‘세렌디피티’라는 것이지요.

오르가논 사가 항히스타민제를 개발하다가 실패했지만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일상에서 즐거워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항우울제 ‘톨본’를 개발한 것,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약을 먹은 환자에게서 발기부전 치료효과를 발견해 ‘비아그라’를 개발한 것도 세렌디피티의 대표적 예가 되겠죠?

2016년 피터 반햄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렌디피티’는 미국 지식인들의 유행어로 입에 오르내립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 등이 모두 자신의 성공을 세렌디피티 덕분으로 돌려서 화제가 됐지요.

어쩌면 삶의 성패에서 ‘세렌디피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할지 모릅니다. 삶에서나, 일에서나 성공의 포인트는 이른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뜻밖의 행운’이나 ‘행운의 사람’이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을 놓치기 십상이지요.

피터 반햄도 성공한 CEO들은 한 결 같이 자신을 열고,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에 세렌디피티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오늘부터 조만간 여러분 모두에게 ‘뜻밖의 행운’이나 ‘행운의 기인’이 찾아오기를 빌겠습니다. 그 행운을 박차시지는 않겠죠? 세렌디피티의 속삭임을 흘려듣지는 않으시겠죠?


[오늘의 음악]

첫 곡은 BTS 지민의 ‘세렌디피티’입니다. 보이즈투맨의 숀 스톡맨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꼽아서 화제가 됐죠? 둘째 곡은 필리핀계 미국인 가수 알버트 포시스의 ‘세렌디피티’입니다. 많은 가수들이 따라 불렀고, 수많은 드라마나 광고 등에 배경음악으로 쓰여 귀에 익을 듯한, 감미로운 사랑 노래입니다.

  • 세렌디피티 – BTS 지민 [듣기]
  • Serendipity – 알버트 포시스 [듣기]

댓글을 달아주세요.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