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건강 쇼 프로그램 내용, 믿습니까?

[박창범의 닥터To닥터] 건강정보 프로그램의 문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수준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트랜드에 맞추어 종편뿐 아니라 공중파 방송에서도 관련 건강정보를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부터 좀 더 오락적 요소를 아우른 인포테인먼트형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방송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보다는 인포테인먼트형 건강정보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인포테인먼트형 건강정보프로그램의 경우 아무래도 재미와 흥미위주로 다루다 보니 제공하는 정보의 내용이나 추천하는 것이 정확하고 객관적이기보다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사람들이 광고는 신뢰하지 않지만 프로그램이나 뉴스나 기사는 신뢰한다는 점을 이용해 마치 일반인의 체험사례를 과학적 검증을 거친 지식이나 사실처럼 전달하거나 각종 민간요법이나 특정 치료법을 단정적으로 표현하거나 과대포장하여 일반화하는 등 광고성 정보를 무분별하게 내보내고 있다.

이와 함께 특정 물질이나 식품의 효능이나 장점을 건강정보프로그램에 내보내면서 바로 옆 채널인 홈쇼핑에서 그 제품이나 식품을 시연하고 판매하는 소위 연계편성이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크릴오일이다. 작년에 인포테인먼트 방송프로그램에서 크릴오일을 자주 다루었고 홈쇼핑과 연계편성되면서 크릴오일 열풍이 불었다.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들마다 크릴오일 먹어도 되냐고 묻곤 했다. 그러다가 크릴오일 몇 개 품목에서 허가 이상의 추출용매가 남아있다는 이유로 허가가 취소됐고 이후 크릴오일 열풍은 급속하게 식었다. 요즘은 크릴오일 먹어도 되냐고 하는 사람들을 보기가 어렵다.

또한 인포테인먼트 형식의 건강정보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미 잘 알려진 보건의료전문가들을 패널로 섭외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방송프고르램에서 소개된 의학관련 정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보다는 프로그램이나 프로그램 협찬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하거나, 자신이 운영하거나 속해 있는 병원을 홍보하거나 마케팅을 위해 출연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는 적당한 유머와 재치로 인기를 얻게 되면 그 인기를 이용해 건강기능식품을 만들거나 개발에 참여해 이를 건강정보프로그램에서 제품을 직간접적으로 홍보하거나 과장하는 것이다.

최근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심의제제를 받은 사례를 예를 들면 줄기세포 가슴성형을 시술하는 성형외과 원장 A가 주의사항이나 문제점을 충분히 알리지 않으면서 줄기세포 성형의 장점을 강조하고, 방송 중에 자막으로 상담번호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참여를 반복적으로 독려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물파스를 자주 바르면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고 여기 저기 물파스를 바르는 등 억지설정을 하고 결론에 맞춘 비과학적인 시술을 시연하기도 했고 건강정보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출연하고 있는 의사 B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홈쇼핑에서 유산균을 판매해 심의제제를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포테인먼트형 건강정보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내용이나 추천한 내용을 정말로 믿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소개한 내용이나 추천한 내용을 신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를 들어 2006년 국내 방송사 저녁뉴스에 방송된 건강의학정보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내용에서 오류를 보이는 경우가 40%나 되었는데 대리결과와 최종결과를 혼동한 경우가 15.3%, 비인체 실험결과를 사람에게 확대해석을 하는 경우가 8.2%, 연구설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의 강도를 확대해석을 하는 경우가 12.9%,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변수를 사용한 경우는 7.1%이었다(가정의학회지 2006;27:523-528). 방송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저녁뉴스가 이정도라면 건강정보프로그램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더 좋을 리 없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만이 아니다. 캐나다의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건강토크쇼인 ‘닥터 오즈쇼’와 ‘닥터스’라는 TV 방송프로그램에서 추천한 내용들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팩트체크를 시행했더니 ‘닥터오즈쇼’는 54%만이 의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었고 46%는 근거가 없었다. ‘닥터즈’의 경우 63%만이 의학적 근거를 찾을 수 있었던 반면, 14%는 의학적 근거와 반대였고 24%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BMJ 2014;349:g7346).

특히 ‘닥터오즈쇼’의 진행자인 오즈 박사는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체중감량보충제를 기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홍보했고 결국 50만병이상이 팔렸지만 이 제품은 임상검증 및 미국 식약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으로 판명돼 제품을 생산한 회사는 연방통상위원회에서 허위광고로 350만달러의 벌금을 물기도 하였다.

앞으로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조금 더 흥미를 유발하면서 재미있는 형식을 갖춘 인포테인먼트형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들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내용 상당 부분은 신뢰하기 힘들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국도 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진을 검증할 수 있는 제작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내부의 자정노력도 필요하다. 그때까지 시청자들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방송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시청해야 할 것이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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