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도 걸린 대장암…젊은 층 발병 증가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8월 만 43세 나이로 요절한 블록버스터 영화 ‘블랙팬서’의 타이틀 롤을 맡았던 채드윅 보스만의 사인은 대장암이었다. 대장암은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하면 5년 생존 확률이 95%나 된다. 그럼에도 할리우드 스타가 대장암으로 4년이나 비밀리에 투병하다 숨졌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팬이 많았다.

하지만 대장암은 55세 이하의 젊은 층과 특히 흑인들 사이에선 높은 발병율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건강의학 포털 WebMD가 2일 보도했다. 보스만은 그 둘에 모두 해당한다.

대장암 발병률은 수십 년 동안 꾸준히 감소해왔다. 하지만 이 추세는 최근 55세 미만 인구 사이에서 역전돼 2012년 이후 매년 2%씩 증가했다. 미국 소화기학회(ACG)에 따르면 밀레니엄세대는 베이비부머세대보다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2배, 직장암에 걸릴 위험은 4배가 높다. 미국에서 매년 진단되는 대장암 환자 15만 명 중 12%가 50세 미만이다.

또한 흑인 남성은 미국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남아 있다. 학계 보고에 따르면 흑인은 백인보다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24%, 대장암으로 죽을 확률은 47% 더 높다고 한다. 흑인 여성도 백인여성보다 그 확률이 각각 19%, 3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의 대부분 기간 건강검진이 이뤄지지 못했기에 더 악화됐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장내시경 검진이 중요한 이유

미국 미네소타대 위장병학과 아즈마 쇼카트 교수는 “내장내시경으로 검진 도중 발견한 용종을 제거하면 암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종을 그대로 놔둘 경우 몇 년 뒤 암 종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대장내시경은 대장암의 위험을 조기 차단할 수 있는 창으로 평가받는다. 대장암이 조기 발견되면 5년 생존확률이 95%나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대장암이 장기나 조직으로 퍼지면 그 확률은 25% 미만으로 떨어진다고 쇼카트 교수는 경고했다.

이런 대장내시경 검사가 일상화되면서 노년층의 대장암 환자와 사망자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병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 DIY 진단키트까지 나온 상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선택적 시술이 가능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86%난 감소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왔다. DIY 진단키트는 대변에 대한 화학검사 내지 DNA분석을 통해 대장암 발병 여부를 확인해주는 편리함은 있지만 대장내시경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고 용종에 대한 선택적 시술이 이뤄지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수 천명의 대장암 환자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흑인은 왜 대장암에 더 많이 걸릴까?

미국 유타대 찰스 로저스 가정의학과 교수는 흑인 남섬이 더 큰 위험에 처한 이유가 복잡적이라고 설명한다. 유전적 요소, 식습관, 빈곤, 의료서비스 접근성 감소 외에도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과 병원을 찾는 것 자체가 남성성에 반한다는 문화적 요소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네소타, 오하이오, 유타주의 45~75세의 흑인 남성과 면접조사에서 대장에서 튜브를 꽂는 대장내시경검사가 동성섹스를 연상시킨다 거나 남성적이지 않다는 우려를 되풀이해 들었다. 미네소타 주의 한 연구 참가자는 “사람들이 검진하려는 그 부위에 대한 오명 때문”이라고 거부감을 설명했다.

1932년부터 1972년까지 가난한 흑인 남성에게 일부러 매독치료를 하지 않아 그 증세를 관찰했던 ‘터스키기 연구(Tuskegee Study)’로 촉발된 흑인들의 미국 의료계에 대한 불신도 빼놓을 수 없다. 로저스 교수는 “이런 나쁜 기억이 흑인 사회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 의료 불신의 뿌리가 깊다”고 말했다.

보스만이 죽기 한 달 전인 2020년 7월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 로저스는 50세 미만 남성에 대한 대장암 발병의 ‘지리적 핫스팟’으로서 232개 카운티를 꼽았다. 미시시피 삼각주, 애팔래치아산맥 중서부, 버지니아주 동부와 노스캐롤라이나주가 92%로 가장 많았다. 보스만이 태어나고 자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여러 카운티도 이 목록에 올랐다. 이 지역에 사는 흑인과 비히스패닉계 남성은 특히 대장암으로 젊은 나이에 사망할 위험이 높았다.

◆다이어트, 라이프스타일, 환경 놀이 역할

의료진들은 인종적 차이 외에도 X세대와 밀레니엄세대에서 대장암 발병이 증가하는 요인을 다각적으로 분석 중이다. 제초제 같은 농약이나 호르몬모방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증가, 항생제 조기 남용, 비타민 D를 생성하는 햇빛 노출 부족 등도 거명된다.

애리조나대 암센터의 네이선 엘리스 교수는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흡연은 대장암 발병률을 18%나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장암 발병률이 높은 지역은 흡연율이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붉은 고기나 가공육을 먹는 것도 발병률을 높인다. 매일 25g의 가공육을 먹는 것은 대장암 발병률을 19%나 더 증가시킨다. 비만인 사람은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약 30% 더 높다. 달콤한 음료에 많이 들어가 있는 고과당 옥수수시럽에 대한 동물실험에서 과체중이 아니어도 대장암을 촉발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아직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은 다양한 요소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엘리스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총합체), 내장 상피세포, 면역체계와 대장암간의 상호작용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이들에 이상이 생길 경우 대장암이 발병한다는 많은 증거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육식섭취를 통해 생기는 영양분을 분화하는 황화물생성 박테리아가 염증을 부채질하고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다른 종류의 박테리아는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는 부산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엘리스 교수는 “이런 나쁜 박테리아가 좋은 박테리아보다 많아질 때 암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햇빛에 의해 피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비타민D의 부족도 원인일 수 있다. 비타민D 수치가 높은 사람은 대장암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흑인은 피부색 착색으로 인해 비타민D를 생산하려면 백인보다 더 많은 일조량이 필요하다고 엘리스 교수는 설명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실내에서 일하거나 태양이 높이 뜨지 않는 북반구 위도에 사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 역시 비타민D가 부족한 경향이 발견되고 있다.

유전자도 빼놓을 수 없다. 유전자는 대장암 초기발병의 10% 내지 20%정도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예방법

전문가들은 원인에 상관없이 대장암에 대항할 수 있는 제1의 무기로 대장내시경 검진를 꼽는다. 최근 권고문을 개정한 미국소화기학회를 포함한 많은 전문단체는 그 검진 시작 권고 연령을 50세에서 45세로 낮추고 있다.

로저스 교수는 또한 이발사로 하여금 고객에게 대장내시경 검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건네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이발사들은 수년간 고객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고객의 고충을 더 많이 알고 있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방암 검사에 대한 환기를 위해 매년 10월과 분홍을 연결시키듯 대장암 검사를 환기하기 위해 3월과 파랑을 지정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그는 “보스만이란 유명인사의 비극적 죽음을 통해 대장암의 위험성과 더불어 그 병이 충분히 에방 가능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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