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증환자 10%이상은 자가항체 보유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중증환자와 사망자에게서 비정상적으로 자신의 면역체계를 공격하는 자가항체(autoantibody)가 유독 많이 발견됐다고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8월 31일 보도했다. 자가항체는 류머티즘과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이들 질환 환자들이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록펠러대 장 로렌 카사노바 교수 중심으로 이뤄진 국제연구진은 38개국 3595명의 코로나19 중환자를 대상으로 자가항체 보유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 환자의 13.6%가 혈액 내 단백질 분자인 1형 인터페론을 공격하는 자가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비중은 40세 미만 9.6%에서 80세 이상 21%까지 다양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중에선 18%나 검출됐다.

척추동물에게서 발견되는 인터페론은 바이러스 같은 항원이 외부에서 침입했을 경우 그 증식을 방해하고 억제하면서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당단백질이다. 1~3형이 있는데 1형은 세포 내 항균성 상태를 유지하게 하며 면역세포인 B세포와 T세포를 활성화시킨다. 이를 공격하는 자가항체를 지녔다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침투와 확산을 막는 1차 방어선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카사노바 연구진은 이러한 자가항체가 코로나19의 결과보다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코로나19 대유행 전 카사노바 연구진이 시행한 조사에서 건강한 사람 1000명 중 4명꼴로 자가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1형 인터페론의 활동을 방해하는 유전적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치명적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지난해 10월 발표됐다.

연구진은 자가항체가 코로나19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코로나19 유행 전의 채취한 3만5000명의 건강한 사람들의 혈액 샘플을 조사했다. 그 결과 18세~69세 사이의 사람들 중 0.18%가 1형 인터페론에 대한 자가항체를 갖고 있으며 연령이 증가하면 그 비율도 늘어나 70세~79세에선 1.1%, 80세 이상에선 3.4%로 나타났다.

카사노바 교수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가항체 보유율이 급증한다”면서 “이는 노령층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특히 취약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에 대해 자가항체 뿐 아니라 1형 인터페론에 대한 돌연변이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를 검토한 미국 예일대 애런 링 교수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카나노바 연구팀의 논문은 코로나19 대유행기간 발표된 논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논문의 하나였는데 이번 연구가 이를 탄탄히 입증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링 교수는 3만 명 이상의 표본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면서 “다른 전염병에서도 자가항체의 역할을 추적하는 연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8월 1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지에 발표됐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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