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연기 마시면 폐, 뇌, 정자 건강까지 나빠져

[사진=Toa55/게티이미지뱅크]
곧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이 무렵에는 성묘객들의 실화(실수로 불을 냄)로 산불이 나는 사례들이 발생한다.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피해가 막대하고, 원상 복귀하는데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산불로 발생한 연기를 들이마시면 건강에 직접적인 해를 가할 수 있는 화학물질과 입자 혼합물들이 몸속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점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에 따르면 폐 건강뿐 아니라 두뇌와 남성의 정자 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도시의 대기오염이 남성의 생식기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산업용 굴뚝에서 나온 물질과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정자 모양과 수영 능력, 유전물질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산불 연기는 도시 대기오염 물질과 화학적 특성에 다소 차이가 있다. 또한, 산불 연기의 독성만 독립적으로 살핀 연구는 많지 않다. 이로 인해 연기가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논문들에 의하면 산불 연기는 생각 이상으로 건강에 다양한 해를 끼칠 수 있다.

산불 연기, 담배처럼 정자 건강에 악 영향

우선 미국 노스이스턴대가 진행한 동물실험이 있다. 연구팀은 나무를 땔 때 나는 연기가 부모 쥐에게서 태어난 새끼 쥐의 행동과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그리고 보이시주립대가 이 연구를 확장해 산불 연기에 노출된 쥐의 정자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관찰했다.

그리고 산불 연기가 쥐의 정자에 해를 가할 수 있다는 단서를 발견했다. 실험실 환경에서 전나무 잎을 태워 소방대원들이 산불을 처리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연기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이 정자의 DNA 메틸화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을 확인했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 발현에 관여하는 생화학적 과정으로, 환경적 요인은 DNA 메틸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 즉, 산불이 DNA 메틸화를 바꿀 수 있고, 이로 인해 정자 건강이 해를 입게 된다는 것.

연구팀은 산불 연기 노출이 담배나 대마초를 흡연했을 때와 유사하게 정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자의 변화는 향후 자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또한, 산불 담당 소방관처럼 실질적으로 많은 양의 산불 연기에 노출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기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아직 이러한 특정 직업군에게 산불이 장기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거나 이들의 건강 데이터를 추적한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

기억력, 학습능력 등 인지능력도 떨어뜨려

산불 연기는 뇌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환이나 뇌 건강 악화와 연관성을 보인다. 나무를 땐 연기가 기억력 상실이나 운동 기능 상실 등 인지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후성유전학이해저널(Journal Epigenetics Insights)≫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산불의 연기 입자에 노출되면 염증 신호가 뇌로 전달된다. 이는 아주 작은 연기 입자가 폐로 들어와 혈류를 타고 뇌로 이동해 염증 신호를 발생시켰을 수도 있고, 코에서 직접 뇌로 입자가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기 노출로 인한 DNA 메틸화 변화는 학습 및 기억력 등과 관련된 뇌의 해마 부위에 영향을 미친다. 알츠하이머병이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만 알츠하이머병이 나타나는 상황도 이러한 이유로 설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가 더욱 심해지면 산불이 더욱 잦아질 가능성이 있다. 산불은 환경을 파괴하고 재정적 손실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개인의 건강에도 다양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과 정부 차원에서 산불이 발생하거나 대기의 질이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평소 연기 등으로 공기가 나쁠 때는 유해 입자를 95% 이상 걸러내도록 설계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추석처럼 산에 방문하는 빈도가 늘어날 때는 라이터 등 인화성 물질의 사용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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