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87호 (2021-08-30일자)

언론-팬 찬사보다 어린이 암환자 소중히 여긴 선수

신인 때의 테드 윌리엄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사람이라면 (하루와 인생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내 목표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게 하는 것이다. 저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간다.”

1918년 오늘(8월 30일)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삶을 살았던,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이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1941년 0.406의 타율을 기록해, 지난해 메이저리그와 니그로리그가 통합하면서 조시 깁슨에게 최고기록이 넘어가기 전,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로 기억됐습니다.

윌리엄스는 통산 성적 타율 0.344, 출루율 0.482에 2654 안타, 521 홈런, 2021 볼넷의 기록을 갖고 있는데 전성기 때 제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5년 복무하면서 세운 기록입니다. 그는 전쟁 중이었던 1942년 “지금까지 번 돈이면 홀어머니를 부양하기 충분하다”면서 야구선수와 병행할 수 있는 해군에 지원했다가 나중에 진주만 복무명령을 받고 그라운드를 떠납니다. 한국전쟁 때에도 동원돼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하고 MLB로 복귀합니다. 한 언론사가 윌리엄스가 전쟁에 나가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계산했더니 648홈런 2369타점 2665볼넷 등을 기록했고 타점, 득점, 볼넷 등에서 MLB 역사상 1위였다고 합니다.

그는 1941년 정규리그 마지막 날 더블헤더 직전 타율이 0.39955여서 감독이 ‘반올림 4할’을 유지시키기 위해 선발 라인업에서 빼려고 하자, “그런 방법으로 기록을 세우고 싶지 않다”면서 경기에 나서 8타수 6안타를 기록합니다.

윌리엄스는 보스턴 지역 언론과 으르렁댔고, 팬서비스에 소홀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여러 설이 있습니다. 윌리엄스가 신인일 때 홈런을 친 뒤 환호하는 관중에게 모자를 벗어 답례하자, 자신들에게 싹싹하지 않던 것을 고깝게 여긴 지역신문이 ‘건방진 신인,’ ‘상대 투수에 대한 결례’ 등으로 비난합니다. 기자들과 거리가 더 멀어졌고 한 신문이 ‘부모의 이혼과 형의 투옥 탓에 인성이 모자라게 변했다’는 기사를 쓰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합니다. 윌리엄스는 MLB MVP에 최소 5번 선정될 수 있었지만, 보스턴의 기자들이 표를 주지 않아 두 번밖에 되지 못했다지요?

윌리엄스는 1960년 선수로서의 마지막 날,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쳤을 때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돌고 답례 없이 덕 아웃으로 들어갔습니다. 커튼콜도 없었고요. 언론이 또다시 비난하자, 작가 존 업다이크는 “신은 편지에 답장하지 않는 법”이라고 윌리엄스를 옹호했습니다.

많은 평론가들은 윌리엄스의 기행을 달리 해석합니다. 윌리엄스가 자신을 적들에게 둘러싸인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어 늘 긴장하고, 자신을 채찍질해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해석은 그가 쉽사리 웃을 수 없는 환경에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윌리엄스는 늘 암에 걸린 어린이들의 곁을 지켰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틈만 나면 남몰래 다너파버 암연구소 지미클리닉과 보스턴어린이병원의 소아암병동에 가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고, 아이의 손을 잡고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그는 암연구를 위한 지미 펀드에 기부하고 모금활동도 벌였습니다. 1953년 한국전쟁 참전을 마치고 귀국해서도 화려한 환영식을 마다하고 대신 유료 만찬회를 개최해 “소아암 연구 지원은 전쟁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라며 후원을 호소했습니다. 마지막 홈런을 치고도, 파티 대신 소아암병동으로 가서 어린이들과 활짝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남을 헐뜯는 평판을 쉽게 만드는 사람도, 남들의 평판에 좌지우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기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지요. 테드 윌리엄스가 바로 마지막에 해당하겠죠? 그는 주위의 평판과 불운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현재에 충실했습니다. 그가 남긴 야구에 대한 명언들을 곱새기면, 그의 삶이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오늘은 그 명언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슬아슬한 존으로 들어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아리송한 공을 치는 위대한 타자보다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는 좋은 타자가 세 배는 낫다.
○어떤 타자도 모든 것을 갖추지는 못한다. 완벽한 타자란 없다. 베이브 루스도 홈런보다는 삼진을 훨씬 더 많이 당했다.
○심판에게 따지는 데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 첫째, 그래봤자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길게 보면 심판들의 판정이 계속 틀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괜히 판정에 신경 쓰느니 다음 공이나 다음 타석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
○타격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관찰력의 문제이고, 경험과 실수로부터 얼마나 배우느냐의 문제다.
○나는 거의 8000번 가량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 8000번은 내게 하나하나 기억하고 되새길 수 있는 설레는 모험 같은 것이었다.
○나는 내가 300홈런을 칠 때까지 상대 투수가 누구였고 볼 카운트는 어떠했는지 구종과 코스가 무엇이었는지를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
○그냥 계속 가라. 누구나 자신의 길을 계속 가다보면 좋아지게 마련이다.


[오늘의 음악]

첫 곡으로는 하버드 의대 협력 연구병원인 다너파버 암연구소의 연구비를 후원하는 지미 펀드를 도왔던 많은 가수 가운데 해리 벨라폰테의 ‘Erev Shel Shoshanim(저녁의 장미)’ 준비했습니다. 이스라엘 민요로 MBC 대학가요제에서 이명우가 부른 번안곡 ‘가시리’로 유명하죠? 둘째 곡은 2009년 8월 마지막날 세상을 떠난 재즈 피아니스트 에디 히긴스가 이끈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A Lovely Way To Spend An Evening’입니다.

  • Erev Shel Shoshanim – 해리 벨라폰테 [듣기]
  • A Lovely Way To Spend An Evening – 에디 히긴스 트리오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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