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실험실 기원 가설, 가능성 있다”…中 자료 공유 꺼려

[사진=Lambda Variant Virus/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바이러스인 ‘사스-코브-2’가 언제 어디서 처음 출현했는지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그 기원을 찾기 위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파견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됐다는 근거는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과학저널 ≪네이처≫ 홈페이지를 통해 연구팀은 실험실 기원 가설에 대한 추가 연구 의지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관련 데이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실 기원 가설 무시키 어려워…하지만 데이터 접근엔 한계

WHO는 전문가들을 모집해 국제연구팀을 꾸려 지난해 중국으로 파견했다. 이 연구팀은 코로나19 기원을 찾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으나 아직 뚜렷한 기원을 찾지 못했으며 점점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WHO 소속이 아닌 개개인의 자격으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팀은 WHO와 중국의 합의에 따라 중국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코로나19 초기 단계를 재구성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후베이성에서 2019년 하반기에 발생한 지역사회 입원 환자들의 호흡기 질환 개요를 살피고, 우한에 있는 보건소 223곳에 보고된 7만 6000명 환자들에 대한 개요를 검토했다. 또한 사망진단서, 사람·동물·환경 연구 데이터, 우한 수산물 시장과 야생동물, 반려동물, 동물원, 발표 및 미발표 바이러스 연구 문헌 등을 조사했다. 우한 과학자들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도 진행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기원했다는 ‘실험실 기원 가설’이 무시하고 넘기기엔 중요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중국 측과 논의해, 사스-코브-2 등장 가설 중 하나로 이를 보고서에 기록했다.

문제는 연구팀이 우한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고, 권한도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연구팀은 감염병 초기 실험실의 역할, 실험실의 생물학적 안전성, 실험실 스태프의 잠재적 질병이나 결근 상태 등에 대한 이해를 우선으로 두었다. 또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사스와 관련한 코로나바이러스 연구가 진행된 이력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연구소에서 발표된 연구들을 검토했다.

하지만 중국은 환자에 대한 비밀 유지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원자료들을 공유하기를 꺼리고 있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법적 장벽 등으로 인해 WHO 국제연구팀은 연구에 한계를 느꼈다고 전했다.

바이러스,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됐단 근거 없어

현재 국제연구팀과 중국팀은 2019년 12월 우한에 사스-코브-2가 널리 퍼졌다는 근거가 있다는 공통 결론을 지었다. 그리고 수산물 시장과 야생동물 시장이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으나 처음 바이러스가 출현한 장소와 시기 등은 특정하지 못했다.

또한 야생동물, 농장의 사육동물, 동물 섭취 등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전달됐을 것이란 근거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사스-코브-2의 기원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연구팀은 실험실 유출 가설에 대해 충분히 주의를 기울지 않았으며, 중국의 정치적 입장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일축한 적이 없으며, 보고서 119페이지의 그림 5를 통해 실험실 기원 가설도 일리가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 가설에 머물 뿐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실험실 유출 가설을 뒷받침할 자료들이 연구팀에게 제출되지 않고 있는데다, 중국의 수많은 동물농장들이 문을 닫고 동물들을 도태시켰기 때문에 바이러스 출현 근거를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도 호소했다. 연구팀은 기원을 밝혀내는 연구가 이대로 끝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와 많은 전문가들이 이에 관심을 갖기를 요청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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