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불가능…중증환자·사망자 체크 중심으로 가야

26일 서울 관악구 사당동 사당종합체육관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마치고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인구의 70%가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에 이를 것이란 판단은 사실상 실패한 추론이 됐다.

앞으로도 집단면역은 불가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재의 방역체계에 재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의 방역시스템은 올 4분기에 집단면역을 이룰 것이란 목표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접종률 70%에 도달할 때까지 매번 거리두기를 2주씩 연장하며 버티고 있는 것인데, 4분기에 70% 목표를 달성했다면 혹은 달성하지 못했다면 그 다음 계획은 무엇일까? 또 70%에 도달할 때까지 지금의 방역체계를 유지하는 게 맞을까?

70% 접종률 도달한 국가들도 확진자 발생 여전

현재 백신 접종 완료율이 75%를 넘어선 싱가포르에서는 하루 50명 전후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얼핏 백신 접종으로 상황이 통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싱가포르는 지난해 10월부터 하루 10명 전후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백신이 확진자수를 제어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접종 완료 인구 비율이 75%를 넘은 아랍에메리트는 하루 1000명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70%를 넘은 덴마크도 10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매일 발생하고 있다.

접종 완료율이 60%를 넘어선 영국은 3만 명, 이스라엘은 1만 명이 넘는 1일 확진자가 발생 중이고, 접종 완료율이 50%를 넘은 미국은 15만 명가량의 확진자가 매일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은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은 일찍이 50%에 도달했지만 이후 정체 상태라는 점에서 70% 달성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접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 국민들의 접종 의지만 놓고 본다면 70%에 도달하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인다. 문제는 백신 물량이 차질 없이 공급돼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감염 시 무증상이나 경증에 머물 확률이 높은 젊은층은 백신 접종보다 백신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일부에서 접종 기피 현상을 보일 가능성도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즉, 가을에 70% 접종률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도달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의 선례를 봤을 때 그 이후에도 신규 확진자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

결국 확진자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텐데, 국민의 피로도와 경기 침체를 이끄는 거리두기 체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도 거리두기 체계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지하철이나 버스는 매일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으니 더욱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영국 옥스퍼드백신그룹 책임자인 앤드류 폴라드 교수는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된 이후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에 대한 백신 효과가 49%에 불과하다는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실질적으로 접종률이 60~70%를 넘어선 나라에서도 계속해서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델타 변이의 전파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들은 특히 더 돌파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6개월이 지나면 백신 접종 효과가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점도 백신이 모든 상황을 종결시킬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엔데믹(풍토병)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

백신 접종은 전 국민이 협조해야 하는 공동 책임이지만, 그 나머지는 정부가 방향키를 잡고 잘 조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은 100%의 예방 효과를 일으키지 않고 집단면역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엄격하게 통제된 생활을 하라고 요구할 수만은 없다.

5차 대유행도 온다…위중증률, 치명률 체크해야

백신 접종은 여전히 중요하다. 100% 예방 효과는 없지만 위중증률과 치명률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돌파감염이 일어나더라도 심각한 상황에 이를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1일 신규 확진자수가 아닌 위중증률과 치명률을 체크하는 방향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신규 확진자의 대부분은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들이다. 하지만 1000~2000명을 넘는 숫자 자체가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위중증률과 치명률 중심으로 집계를 하면 독감 등 다른 질환 대비 얼마나 위험한지, 비율이 높아질 땐 각 가정의 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위해 내가 얼마나 주의해야 할지 경각심을 얻기에 보다 적절한 지표가 된다.

코로나19 종식이 불가능하다면, 공존을 선택하는 것이 차선책일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고, 이에 맞춰 여러 선진국은 위드 코로나를 택했다.

곧 다가오는 추석, 올해도 거리두기 수칙으로 가족들이 모이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더라도 결국 5차, 6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신규 확진자수 위주의 방역체계는 결국 매번 가족들과의 만남을 통제하는 이상한 전략이 되고 만다.

현재 국내 방역당국은 추석 이후 위드 코로나를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위중증과 사망자 수 중심으로 방역체계를 바꾸는 패러다임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짧고 굵게’라는 정부의 전략이 이미 통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전략을 바꾸는 게 수순이다.

가을께 70%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금까지 백신 공급 물량이 반복적으로 지연돼 왔으니, 가을까지도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들도 70% 달성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봉민 의원실이 직장인 5178명을 대상으로 지난 17~18일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2.65%가 ‘매우 어려울 것’, 21.75%가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가을께 70%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도 ‘2주 더 연장’ 전략을 쓸 수는 없다. 결국 위드 코로나를 위한 방역체계를 준비해야 하고, 가을을 코앞에 둔 지금이 그 적기일 수밖에 없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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