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엔 ‘의사의 날’이 없을까?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86호 (2021-08-23일자)

의사의 고마움, 함께 생각하면 어떨까?

아프가니스탄에서 매일 뉴스가 쏟아지고 있지요? 철군하는 미국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싸고 있는 이웃나라들도 긴박한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겠지요. 서쪽 접경국인 이란은 급진 수니파 탈레반과 달리 시아파의 맹주 격인 국가로 종교적 입지는 다르지만 혈통, 언어, 반미정서 등에서 아프가니스탄과 교집합을 갖고 있어 복잡한 속내로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란은 축구 라이벌이기도 하지만, 우리와 독특한 관계를 갖고 있지요.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시장이 1977년 방한했을 때 서울-테헤란 도로명 교환을 약속하고 서울 강남 중심에 테헤란로, 테헤란 중심 어귀에 서울로란 이름을 달았지요? 삼릉로에서 이름을 바꾼, 길이 4.1㎞의 테헤란로는 서울에서 외국어 이름을 가진 유일한 도로라고 합니다.

오늘(8월 23일)은 그 이란에선 ‘의사의 날’이랍니다. 이란 달력에서 6월 첫째 날인데, 올해 그레고리력으로는 오늘에 해당합니다. 이 날은 페르시아의 철학자이자 의학자인 이븐시나를 기려 제정됐습니다. 이븐시나는 푸르시나로도 불리며 영어로는 애비서너(Avicenna)로 발음합니다. 그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응용해서 《꾸란》을 해석했고 토머스 아퀴나스를 비롯한 기독교 사상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가 지은 《의학전범》은 최초의 안구 해부도를 수록할 정도로 사실적인 책으로 17세기까지 아랍은 물론, 유럽에서도 의학의 기본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이란뿐 아니라 많은 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의사의 날’을 기념합니다. 일부 나라에서는 ‘의사의 날’이 국경일이나 공휴일로 지정돼 있습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선 의사에게 병원 차원에서 식사나 선물을 제공하고, 환자가 주치의에게 카드를 써서 보내거나 주치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줍니다. 국제적으로는 3월 30일이 ‘세계 의사의 날’이어서 세계 시민들이 의사들의 노고를 가슴에 담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서울시의사회가 매년 6월 3일 ‘서울시 의사의 날’ 행사를 갖는 것을 비롯해서 각 지역의 의사회 차원에서 스스로 축하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잘 모르는 실정입니다.

의사는 교사와 함께 ‘선생님’이라는 극존칭으로 불리는 직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의사를 경시하거나 미워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의사는 가운을 벗을 때까지 공부하면서 한 명이라도 더 건강하게 돕는 소중한 직업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의사들 스스로 권위적인 틀 안에서 안주해서일 수도, 일부 상업적 의사가 나쁜 의사상을 만들어서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의사단체의 집단적 이기주의가 권위와 사랑을 훼손한 측면도 있을 것이고요. 그러나 사회적으로 누군가의 고마운 행위는 당연하게 여기고,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화를 내는 식으로 세태가 변한 탓도 클 겁니다. 모든 행위를 재화의 교환으로만 보는 배금주의의 확산도, 계급주의에 따른 상류층에 대한 적대감의 확산도 관계가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나와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챙겨주는 의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을 이유는 없겠지요? 우리나라 의사들은 다른 국민과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 시민에 속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환자들이 낫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진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비상위기에 의료진이 몸을 바쳐 쓰러질 때까지 환자를 보던 모습, 기억하시지요?

요즘엔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주치의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거나, 삶의 중요한 순간에 감사인사를 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절실히 필요한 때 의사의 고마움을 이야기하다가, 금세 잊어버리고 일부 의사의 일탈만 있어도 전체 의사를 싸잡아 비난하곤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의사가 미워도 의사 없는 삶 생각해 보셨나요? 의사는 어느덧 생로병사의 매 순간마다 곁에 있는, 산소와도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사의 날’을 제정하면 어떨까요? 일반인은 가슴에 품은 의사에 대한, 감사의 빚을 표시하고, 의사는 보람을 느끼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날…. 오늘은 이에 앞서 의사란 직업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나의 건강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고, 고마워할 것은 고마워하는 하루가 되면 어떨까요?


[오늘의 음악]

8월도 이제 2/3가 훌쩍 지났네요. 첫 곳으로는 테일리 스위프트의 ‘August(8월)’ 준비했습니다. 둘째 곡은 1946년 오늘 태어난 드러머 키스 문이 활약했던 영국 록그룹 더 후의 ‘Who Are You?’ 이어집니다.

  • August – 테일러 스위프트 [듣기]
  • Who Are You? – 더 후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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