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의 90%는 ‘충동적’…나이 많을수록 ‘계획적’

[사진=Piyapong Thongcharoen/게티이미지뱅크]
극단적인 선택 시도 후 응급실에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이들에 대한 적시 치료와 사후관리가 자살 재시도를 막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여성은 도움을 받기 위해, 남성은 진짜 자살하기 위해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성별에 따른 대책도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응급실에 2명 이상 배치된 정신건강전문요원과 응급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협업을 통해 ‘2020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자살시도자에 대한 치료를 제때 시행하고 사후관리로 자살 재시도를 예방한다는 목적이다.

자살시도자가 응급실에 오면 응급의학과는 초기평가로 환자의 과거와 현재의 자살위험을 평가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자살 시도와 관련한 정신과적 진단평가를 실시한다. 또한, 정신건강전문요원인 사례관리팀은 응급실에서 퇴원한 자살시도자에게 전화 및 대면 상담을 4회 이상 진행한 후,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한다.

지난 2013년 25개 병원에서 처음 시행한 이 사업은 매년 참여병원이 늘어 2020년에는 총 66개 병원이 됐다. 2021년 8월 기준으로는 76개소로 늘었다.

지난해 응급실 사후관리사업 수행병원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총 2만 2572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한 이번 사업 결과에 의하면 자살시도자는 여성이 1만 4148명(62.7%), 남성이 8424명(37.3%)이었으며, 연령대별로는 20대(28.3%)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19년 대비 대체로 자살시도자가 줄어들었으나, 19세 이하와 20대는 증가했고 특히 여성 자살시도자 중 20대 비율이 전년 대비 5.9%p 증가했다.

2020년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의 성별, 연령별 현황. [표=보건복지부]
응답자의 49.1%는 과거에도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자살을 한 번 시도한 사람이 재시도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 방법은 약물 음독(50.8%), 둔기·예기(21.3%), 농약 음독(7.0%) 순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약물 음독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동기는 정신장애 증상(36.4%)이 가장 많았고, 대인관계(18.1%), 말다툼(11.6%), 경제적 문제(8.0%) 등이 그 다음 순이었다.

자살 시도 당시 절반가량(49.2%)은 음주 상태였고, 충동적(90.2%)으로 자살을 시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단, 10대 이하는 6.1%, 70대 이상은 16.4%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계획적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높았다.

성별로 눈에 띄는 차이점도 확인됐다. 여성은 자살 시도가 ]도움을 얻으려고 했던 것이지, 정말 죽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라는 응답 비율(38.8%)이 높았고, 남성은 ‘정말 죽으려고 했으며, 그럴만한 방법을 선택했다’는 비율(37.0%)이 높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에 따르면 우울장애(54.1%)와 적응장애(11.8%)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여러 모로 사후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응급실 내원 자살시도자 중 1만 2693명(59.7%)이 사후관리에 동의했는데, 이 가운데 사례관리 서비스 4회 이상 완료자 8069명(63.6%)을 대상으로 서비스 효과를 분석한 결과, 사후관리를 진행할수록 자살 및 정신건강 관련 지표가 호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사후관리 초기와 4회 진행 후 위험도를 비교한 결과, 자살위험도가 높은 사람의 비율이 7.9%p 감소했다. 사후관리 초기에는 자살 생각이 있다는 응답이 27.5%였으나 4회 진행 시에는 15.7%로 감소했고, 우울감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65.3%에서 48.5%로 줄어들었다. 알코올 사용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 비율은 14.3%에서 10.6%로, 식사·수면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은 47.8%에서 37.1%로 감소했다.

의료비 지원도 자살 위험을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켰다. 의료비 수혜자는 비수혜자보다 사후관리 서비스에 중도 탈락하는 비율이 낮아 지속적인 관리를 받았다. 자살위험도가 높은 사람의 비율은 의료비 비수혜자가 7.7%p, 의료비 수혜자는 10.6%p 감소했다.

보건복지부는 자살시도자가 다시 자살에 이르지 않도록, 고위험군에 대한 치료와 사후관리에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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