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10개나 개발 중인 이란의 저력

전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나라는 많지 않다. 중동 국가 중에는 유일하게 중동 최대 인구(8500만 명)를 자랑하는 이란이 들어가 있다. 이란은 올해 6월 ‘코비란 바레카트’(COVIran Barekat․바레카트는 ’신의 축복을 받은‘이란 뜻의 이란어)라는 자체 개발 백신과 쿠바와 함께 개발한 파스퇴르코박(Pasteurcovac)의 긴급 사용 승인을 마쳤다. 여기에 단백질 재조합 백신과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 같은 유전자 백신까지 10개 안팎의 백신을 추가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런 이란의 백신은 해외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아 그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세계적 과학 잡지 네이처는 17일(현지시간) 이란의 파스퇴르연구소 바이러스학 연구부문 책임자인 의학박사 겸 생명공학자 카이한 아자드마네쉬와 인터뷰 기사를 실어 만만치 않은 이란의 백신 기술을 소개했다. 이를 요약 소개한다.

이란은 2020년 초 처음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한 국가 중 하나로 현재 델타 변이에 의해 발생한 5차 대유행과 싸우고 있다. 공식 통계로는 43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감염됐고 9만70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이란 정부의 자문을 맡고 있으며 자신이 세운 ‘휴미문(Humimmune) 바이오텍’이란 자회사에서 2종의 백신을 개발 중인 아자드마세쉬 박사와 이란의 백신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카이한 아자드마네쉬 박사

-코로나19는 이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가?

“2020년 1월부터 5차례의 대유행이 발생했다. 현재는 5차 대유행 단계인데 하루 신규 확진자가 4만 명씩 보고되고 있으며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다. 보고되지 않은 확진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우려되며 병원마다 병상 숫자 부족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란에선 코로나19 백신으로 어떤 종류가 있나?

“현재까지 약 1800만 회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그중 약 1200만 회는 중국의 시노팜 백신, 400만 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그리고 100만 회는 이란 국영 제약회사 시파 파메드가 개발한 코비란 바레카트이다. 나머지(100만회) 중에는 러시아의 스푸트니크Ⅴ와 인도의 코박신도 있다. 하루에 50만 회 이상의 접종이 이뤄지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17%가 1차 접종을 마친 상태다.”

-코비란 바레카트는 어떤 백신인가?

“(유독성을 제거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활용한) 비활성 백신으로 3상 실험 중이던 6월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는 코로나10 바이러스를 중화시키거나 세포에 침입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항체를 충분히 유도한다는 판단 아래 이뤄진 것이다. 연구진은 초기 실험에서 백신 접종자의 93% 이상이 중화 항체를 생산함을 확인했다. 보호기간이 얼마나 갈지는 아직 모르지만 중국 생명공학업체 시노박이 생산한 비활성화 백신 코로나백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활성화 백신은 항체 수치가 6개월 후에 떨어지기 때문에 부스터 샷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비란 바레카트. [사진=위키피디아]
-이란에서는 또 어떤 백신이 개발되고 있나?

“파스퇴르코박은 쿠바의 핀레이 백신 연구소와 이란의 파스퇴르 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한 단백질 재조합 백신이다. 쿠바에서는 소베라나(Soberana) 02로 알려져 있다. 역시 6월에 3상 실험 단계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밖에 여러 비활성 백신과 재조합 단백질 백신이 개발 중이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1종, 아데노바이러스-벡터 백신 2종, 홍역-바이러스-벡터 백신 1종은 개발 최기 단계가 있다. 이란 외에서 개발된 백신도 현재 임상시험 중이며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당신이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내가 세운 휴미문 바이오텍은 2개의 백신 후보를 개발 중이다. 하나는 홍역 바이러스를 등뼈로 삼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들어가기 위해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나 복제에 필요한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도입한다. 이 백신은 이란 회사인 바이오선파메드에 의해 테헤란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좀 더 유망한 다른 백신은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가 두 번째 투약용으로 아데노바이러스5를 활용한 기술을 사용한다. 내년 초에 임상실험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 이란에서 접종된 코로나19백신은 비활성 백신이어서 6개월의 유효기간이 끝나는 내년에는 부스터 샷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백신은 그때 부스터 샷을 대체할 수 있다. 교차 접종이 더 나은 보호 기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변이에 맞춰 수정이 가능한데 이미 델타 변이 용 버전의 개발에 착수했다.”

-이란 과학자들은 왜 이렇게 많은 백신을 만드는가?

“이란은 백신 생산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란의 파스퇴르연구소는 1920년 설립돼 결핵과 광견병 예방 백신을 생산했다. 이밖에 홍역, 볼거리, 인두염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도 자체 개발해왔다. 우리는 전염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도움에 의존할 수 없다. 미국이 부과한 국제제재 아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도주의적 활동은 예외라고 주장하지만 송금 수단이 제한되면 의약품 구입이 어려워진다. 그런 상황에서 백신 생산기술을 갖고 있는데 이를 왜 활용하지 않겠는가?”

-이란에서 백신 개발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는가?

“코비란 바레카트는 원래 9월까지 월 최대 3000만 회 분량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목표대로 이뤄졌다면 성인 예방접종에는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산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해외에서 수백 만 회분의 다른 백신을 수입해야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했듯이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은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백신 생산 능력이 또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에 대한 대비책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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