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공존 방역, 시기상조인 까닭

[Dr 곽경훈의 세상보기]응급실에서 본 의료붕괴 위험

‘응급실’이란 단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주함’, ‘혼잡함’, ‘기다림’, ‘친절하지 않음’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실제로 규모가 클수록, 상급의료기관에 해당할수록, 응급실은 늘 붐빈다. 특히 소화불량, 인후염, 단순한 피로감 같은 경증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으면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할 뿐만 아니라 외래와 비교하여 진료비도 비싸다. 찰과상, 타박상, 경미한 열상 같은 외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경증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을 때, 대기시간이 길고 진료비는 비싼 이유가 무엇일까? 심하게 아픈 사람만 응급실에서 환자다운 대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응급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인력과 자원이 무한하면 굳이 응급실에서 진료할 필요가 없는 경미하고 사소한 질환도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응급실에서 꼭 진료할 필요가 없는 경증질환 환자들로 응급실이 가득 차면 정작 응급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질환 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응급실을 역할에 따라 응급의료기관, 지역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구분하고 상급기관으로 갈수록 경증질환으로 방문했을 때, 환자가 부담할 시간과 돈이 증가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응급실이 마비되는 상황이 드물게 발생한다. 대형화재, 대규모 교통사고, 비행기 추락, 건물 혹은 교량 붕괴 같은 재난이 발생한 경우다. 그런 상황에서는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중증환자가 몰려와서 응급실의 진료 기능이 마비된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의료진은 ‘살릴 환자’와 ‘포기할 환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라도 상황을 수습하지 않으면 아무도 살리지 못하는 재앙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형화재, 대규모 교통사고, 비행기 추락, 건물 혹은 교량 붕괴 같은 재난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응급실이 마비되는 현상, 이른바 ‘의료붕괴’가 지속하는 시간도 매우 짧고 수용 범위를 넘어선 환자를 인근의 다른 응급실로 이송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숫자의 환자가 응급실에 밀려오는 상황이 며칠에서 몇 주씩 지속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특정 응급실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의 응급실이 모두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상상조차 싫은 재앙이 틀림없으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대유행 초반,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 곳곳에서 그런 현상을 목격했다. 2019년 후반과 2020년 초반의 중국 우한, 유행이 절정으로 치닫던 2020년의 북부 이탈리아와 뉴욕 등은 모두 밀려드는 환자로 응급실이 기능을 상실하는 ‘의료붕괴’가 발생했다. 그런 의료붕괴의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의 중증환자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중증외상, 코로나19가 아닌 폐렴, 뇌졸중, 다양한 패혈증처럼 다른 질환으로 인한 중증환자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서 ‘평소라면 예방 가능한 사망’이 증가하는 부분이다.

다행히 우리는 아직 그런 의료붕괴를 경험하지 않았다. 2020년 상반기 대구에서 대규모 유행이 발생했으나 대구와 경북에 국한해서 다른 지역의 의료자원을 끌어와 사용할 수 있었다. 또 이어진 2차, 3차 유행에도 의료붕괴를 초래할 만큼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대하지 않았다. 한국의 코로나19 치사율이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이유도 아직은 의료붕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아직은 코로나19 탓에 위중증 환자가 발생해도 집중적으로 치료할 의료진과 병상, 장비가 충분해서 모든 환자에게 전력을 기울일 수 있으니 치사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여 의료진, 병상, 장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치사율이 급격히 높아질 것이다.

4차 유행을 맞이하여 높은 수준의 방역을 유지한 것도 벌써 4주가 훌쩍 지났다. 소상공인을 비롯하여 많은 시민이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는 만큼 ‘코로나19의 치사율이 낮아졌으니 이제 엄격한 방역에서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방역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그러나 접종을 완료한 인구가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전환은 의료붕괴란 파국을 부를 위험이 크다. 아울러 영국, 미국, 이탈리아의 사례에서 확인한 것처럼 의료붕괴가 발생하면 아예 대부분 사업장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높은 수준의 방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경제침체로 이어진다. 그러니 아직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해 우리 모두 조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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