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 아이들의 ‘쪽잠’ 허락해야 하는 이유

[사진=JV_PHOTO/게티이미지뱅크]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엎드려서 자면 이를 반항적인 표현으로 해석하거나 게으르고 무례한 행동으로 생각하는 어른들이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쪽잠이 꼭 버릇없는 아이라는 표식은 아니다. 아이들의 잠깐의 낮잠을 어른들이 배려해야 할 이유가 있다.

국내 아동, 청소년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18분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9년 조사 내용에 따르면 특히 중·고등학생은 청소년 권장 수면시간인 8~10시간에 훨씬 못 미치는 잠을 잔다. 중학생은 평균 7시간 21분, 고등학생은 6시간 3분의 잠을 잔다. OECD 평균은 8시간 22분이라는 점에서, 국내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졸거나 쪽잠을 자는 것은 절대적인 수면의 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것.

아이들의 잠 부족 원인에는 공부, 인터넷, 학원 및 과외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남다른 교육열과 함께, 전 세계 공통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늦은 밤 스마트기기 사용 등이 수면 부족의 주된 원인이란 것.

하지만 때론 잠 부족이 우울증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치부해선 안 된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수면장애를 경험하는데, 잠을 너무 많이 자거나 반대로 너무 적게 자는 특징을 보인다.

아이가 불안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을 확률도 있다. 특히 가정 폭력 등 가정사와 관련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아이라면 학교라는 공간을 안전하게 느낄 수 있다. 잠을 잘 수 있을 만큼 편안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자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유독 학교에서 잠을 많이 자는 아이가 있다면 교사는 아이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상담을 진행해보는 것이 좋다.

심리학자인 니콜라스 카다라스 박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 역시 아이의 두려움과 불안감, 우울감 등을 증폭시켜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럴 땐 보호자가 아이가 공포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화를 나누고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 기기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은 가장 많은 부모들이 고민하는 부분일 것이다. 아이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또래 친구들과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특히 코로나19 이후로는 수업마저 화상희외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스크린과 마주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따라서 이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늦은 시간에는 사용을 줄이도록 가정 내 수칙을 세우는 것이 좋다.

수면이 부족한 아이가 억지로 수업을 들으려고 하면 스트레스와 우울감 등이 더욱 커질 수 있으며, 이는 학업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 수면 시간이 부족한 아이일수록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비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따라서 피곤해하는 아이에게는 쪽잠을 허락하는 것이 어른의 작은 배려일 수 있겠다. 잠깐의 낮잠은 피로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시켜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기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수면 부족과 관련한 다양한 신체질환 발병 위험도 낮출 수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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