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예방하는 획기적 항체, 임상시험 성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말라리아 감염을 막아주는 획기적 항체 개발에 푸른 신호등이 켜졌다고 세계적 과학잡지 사이언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백신연구센터의 면역학자 로버트 세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제조된 단클론 항체를 투약한 9명의 지원자를 말라리아모기에 노출시켰으나 6개월간 말라리아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임상시험결과를 이날 미국의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 발표했다.

이번 시험은 너무 규모가 작고 현실세계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항체약품 전공자 사이에서 말라리아 예방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IV감염, 코로나19, 지카 등을 예방할 단클론 항체를 개발 중인 스크립스 리서치의 면역학자 데니스 버튼은 “획기적인 연구”라고 말했다. 독일 암연구센터에서 말라리아 항체를 연구하는 면역학자 헤다 바르데만 박사도 “이번 연구는 인체 내 침입한 CSP(말라리아 병원충의 특정 단백질)를 겨냥한 항체의 효력을 실제로 평가한 첫 번째 연구”라고 평가했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사람을 물 때 모기의 침샘에 기생하던 초미세 원생동물인 플라스모디움의 포자가 인체로 침입해 간세포 속 적혈구에 숨어 있다가 동시다발적으로 적혈구 세포막을 터뜨리고 방출되면서 발병된다. 플라스모디움 팔키파룸(열대열말라리아원충‧이하 팔키파룸)은 그런 말라리아병원충 중에서도 약물과 백신에 대한 저항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2019년 아프리카 3개국 어린이 65만명을 대상으로 실험중인 팔키파룸 예방백신을 투약했는데 1년 뒤 50%에 이르렀던 예방효과는 최근 28%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여행하는 여행객을 일시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약은 이미 개발됐다. 해당 지역 주민들 역시 이 약을 복용한다. 모기장과 살충제도 방패막이로 동원된다. 하지만 팔키파룸은 여전히 매년 최소 2억 명을 병들게 하고 4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다른 말라리아 연구팀은 이런 팔키파룸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6500개나 되는 그 유전적 구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CSP의 위치가 99.9%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CSP가 팔키파룸의 생존을 위해 꼭 보존돼야 조직이기에 항체를 회피하기 위해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어렵다는 추론을 낳았다.

그래서 또 다른 연구팀이 먼저 실험용 말라리아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서 팔키파룸이 포자상태에 있을 때 CSP에 반응하는 항체를 분리해냈다. 이 항체는 포자가 적혈구를 파괴하고 열병을 일으키는 형태로 변이하는 것을 차단한다.

세더 박사 연구팀은 동물세포주인 CHO(Chinese Hamster Ovary‧중국 햄스터 난소세포)에서 해당 항체가 인체 내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을 2배 이상 되도록 변형한 단클론 CSP항체를 대량 생산했다. 그리고 이 항체를 주입한 9명의 지원자 팔을 팔키파룸에 감염된 모기에게 6개월 동안 정기적으로 물리도록 했는데 한 명도 팔키파룸의 혈중 수치가 검출되지 않은 것이다.

세더 박사는 이 항체가 제약회사에 의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장기간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방문하는 여행자, 군인 또는 의료 종사자들에게 피하주사 접종을 통해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해당 지역에서 자체 면역력이 생기지 않은 아동과 임산부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현재보다 2~3배 더 강력한 단클론 항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엔 말리에서 임상시험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체중 50kg인 사람에게 투여될 항체 생산에 인당 100달러 이상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말라리아가 많이 발생하는 개발도상국 국민에겐 ‘그림의 떡’과 같은 상태다. 세더 박사도 이에 동의하면서도 항체약물 기술이 좀 더 발달하게 되는 미래가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말라리아 백신과 치료제 연구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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