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코털, 바이러스 막아주나?

빽빽하게 자란 코털을 깎으면 해로울까? 들숨에 섞인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 병원균을 거르지 못해 감염병에 쉽게 걸릴까? 미국 ‘뉴욕타임스’가 코털의 역할에 대해 전문가에게 물었다.

코털이 방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1896년 영국 의사들의 연구에서 나왔다. 당시 학술지 ‘랜싯’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코에 들어온 병원균은 코털로 걸러져 축축한 분비물에 엉겨 최후를 맞는다. 코털이 병원균 필터라는 가설이었다.

얼핏 논리적으로 들리지만, 코털의 밀도에 따라 병균이 얼마나 기도에 쉽게 접근하는지 검증한 연구는 아니었다. 그 후 100년도 더 지난 2011년 터키 연구진은 233명을 관찰해 코털이 조밀할수록 천식에 덜 걸린다는 걸 발견했다. 반 발짝 더 나가긴 했으나, 여전히 코털과 감염의 인과 관계를 밝히진 못했다.

그 후 2015년,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꼽히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서 소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코털을 깎기 전후 비강의 공기 흐름을 비교했다. 코털을 깎으면 환자 개인의 주관적 느낌과 기기로 측정한 객관적 수치에서 공기 흐름이 원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연구였으나 여전히 코털이 병원균을 걸러내느냐를 직접 확인한 연구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 연구를 이끌었던 데이비드 스토다드 박사에게 코털이 병원균을 예방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예컨대 분진이 많이 날리는 회벽 작업을 한다면 코털은 먼지를 걸러낼 것”이라며 “그러나 바이러스는 그런 먼지보다 훨씬 작아서 아마도 코털 사이를 통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코털을 다듬거나 깎는다고 해서 호흡기 감염의 위험이 커진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바이러스는 코털이 걸러내기엔 너무 작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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