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걸스 캔 두 애니띵’? 이게 진짜, 남다른 올림픽 女선수들

2020 도쿄올림픽 펜싱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리 키퍼. [사진=리 키퍼 페이스북]
여성의 주체성을 의미하는 ‘걸스 캔 두 애니띵(Girls can do anything)’이란 슬로건이 무분별한 남용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가운데, 올림픽 무대에서는 ‘진정한’ 걸스 캔 두 애니띵으로 칭할 수 있는 여성 스포츠 선수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여성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걸스 캔 두 애니띵은 여성이 주체성과 자주성을 강조하는 슬로건으로, 문구 자체는 건전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슬로건을 추종하면서 책임과 의무에서는 발을 빼는 모순된 사례들이 많아 내실 없는 슬로건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런데 도쿄올림픽에서는 이 구호를 외쳐도 어색함이 없는 진짜 걸스 캔 두 애니띵 스타들이 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직분에 맞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성들이다.

펜싱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리 키퍼는 의대 재학 중 이 같은 성과를 얻었다. 미국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해당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키퍼는 필리핀계 미국인으로, 앞서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출전했으나 당시에는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인 노력과 의지로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키퍼와 같은 사례는 아쉽지만 국내에서는 나오기 어렵다. ‘생활체육’ 정책을 실시하는 미국은 어렸을 때부터 학업과 병행해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반면, 특정 운동에 재능을 보인 아이를 발굴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엘리트체육’ 시스템을 유지하는 국내에서는 학업과 스포츠가 분리돼 있어 키퍼와 같은 선수가 나오기 어렵다.

하지만 키퍼처럼 공부와 운동을 모두 잘하는 선수들만이 올림픽의 주인공은 아니다. 심지어 메달리스트가 아니어도 주목 받는 사례가 있다. 올림픽 주최국인 일본의 수영선수인 이케에 리카코다. 리카코는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백혈병 투병 후 회복 중 이번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2월 백혈병 진단을 받은 리카코는 골수이식을 받은 뒤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훈련에 복귀해 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내는 강력한 집념을 보였다.

코로나 봉쇄 조치로 체육관 대신 야외공간에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하이딜린 디아즈. [사진=/하이딜린 디아스 페이스북]
필리핀 역도 선수인 하이딜린 디아스는 조국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선수가 됐다. 여자 55kg급 역도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디아스는 150cm의 작은 체구를 가진데다, 집안 사정도 좋지 않아 열악한 환경에서 경기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어릴 때부터 식수를 얻기 위해 40L의 물을 지고 수백 미터를 걸었던 디아스는 역도 훈련 시에도 대나무 막대기에 물병을 매달아 연습해왔다.

미국 체조 선수인 시몬 바일스는 이번 올림픽에서 기권 선언을 했지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다. 3일 다시 선 경기 무대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프로 운동선수도 초인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에 임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로 인해 바일스의 기권 선언은 오히려 ‘용기’로 평가 받고 있다. 또, 결과중심주의의 냉정한 스포츠 세계에서 과정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바일스가 중압감을 느낀 상태에서 경기에 참여해 부상을 입었다면 3일 경기에서 동메달조차 획득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때론 한발 물러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이들 여성 올림픽 선수들은 때론 자신의 나약한 측면을 솔직히 드러냈고, “나 혼자 다 잘 할 수 있어”라고 주장하기보단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힘이 됐음을 밝히기도 했다. 키퍼의 아버지는 대학 펜싱팀 주장이었고, 키퍼의 남편은 리우 올림픽 플뢰레 단체전에서 동메달은 딴 펜싱 선수다. 때론 자신의 치부를 솔직히 드러내고, 때론 혼자선 힘들었을 것이란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의미의 ‘걸스 캔 두 애니띵’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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