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간호사들의 눈물.. ‘코로나 영웅’ 맞나요?

-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방역 현장 의료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면서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업무 강도가 높은 보건소의 간호사 가운데 휴직자, 퇴직자가 속출해 인력난이 극심한 실정이다. 남은 간호사들은 ‘주 7일’ 근무가 예사다. 두터운 방호복을 입고 검체 채취와 역학조사에 나서는 일이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백신 접종, 이상반응 조사, 코호트 격리 점검, 영업장 손실보상청구 업무 등 ‘1인 다역’을 감내하고 있다. 기존 보건소 업무도 기다리고 있다. 집단 식중독이 발생하면 역학조사를 나가야 한다. 낮엔 코로나19 업무, 밤에는 밀린 보건소 업무를 하는 식이다.

이를 보다 못한 ‘보건간호사회’(대한간호협회 산하)는 지난달 23일 보건복지부에 “보건소 간호사의 업무 과중 해소를 위해 간호직 정원을 확대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보건간호사는 물론 이에 호응하는 전국 시군구 지역주민 등 9만8467명이 서명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간호직 공무원 대부분이 월 100시간 이상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 부산의 한 간호직 공무원은 과중한 업무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인은 올해 들어 초과근무를 363시간이나 한 상황이었다. 한때 ‘코로나 영웅’으로 떠받들었던 보건간호사들의 암울한 현실이다.

백신접종 이상 반응 상담 등 민원이 관할 보건소로 몰리면서 업무가 폭증하고 있다. 인력 부족을 호소하면 ‘찔끔 충원’만 반복하고 있다. 보건간호사를 채용해도 비정규직 형태가 많다. 계약직 간호사가 보건소 전체 간호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도 있다. 이마저도 경력이 일천한 저연차들이 상당수다. 마음 놓고 일을 맡겨야 피곤에 찌든 선배 간호사가 쉴 수 있는데, 언감생심이다. 비정규직은 시간외 근무를 할 수 없다. 몇 명 안 남은 정규직이 매일 야근까지 떠안고 있다. 현행 지역보건법에 명시된 보건소 간호사 정원 기준은 25년간 그대로다. 정규 간호사 정원을 늘리는 대신 편법으로 비정규직만 늘리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델타변이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까지 감염시키는 강력한 전염력이다. ‘마스크 벗기’를 고대하던 사람들을 좌절과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 보건전문가들 사이에선 “델타변이 보다 더 센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셸 월렌스키 국장은 “미국 내 백신 미접종자들 사이에 대량의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탓에 현재의 백신을 무력화시킬 엄청난 전염력의 변종 바이러스 출현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도 코로나19 장기화와 또 다른 신종 감염병 유행에 대비해 지역 보건소의 대응 능력을 한 단계 끌어 올릴 때다. 땜질식 처방에만 급급하다간 감염병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인력 부족의 악순환이 거듭될 뿐이다. 보건간호사들은 ‘풀뿌리 방역’의 근간이다. 이들의 존재감은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임금 수준을 업무량에 맞게 현실화해 사기부터 끌어 올리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에서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 출현하면 의사와 함께 이들이 ‘긴급 대응팀’ 역할을 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보건간호사회의 ‘간호직 공무원 정원 확대’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교대 인력조차 없어 ‘번 아웃’이 일상화된다면 국민들의 원하는 방역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야근을 반복하며 피곤에 찌든 목소리로 코로나 상담을 할 순 없다. 면역력이 약해져 방역현장에서 코로나에 감염되는 간호사들도 늘고 있다. 보건소 간호사는 코로나 사태 뿐 아니라 공공의료와 건강복지에 꼭 필요한 인력이다. 국가가 장기 비전을 갖고 공공의료의 첨병으로 육성해야 하는 재목들이다.

최근 몇 년간 공무원 수가 크게 증가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가장 중요한 분야에선 오히려 인력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국민들과 호흡하는 방역현장에선 꼼수로 비정규직만 늘리고 있다. 각 지역 보건소의 방역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보건간호사들에게 장기 비전과 함께 적절한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지금 이들에겐 ‘저녁이 있는 삶’이 없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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