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를 발명하고도 투자가의 퇴짜를 맞았다고?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84호 (2021-08-02일자)

꿈을 꾸고 실현하는 사람 Vs 단정하고 비웃는 자

“나를 떠나지 마세요.”
“그래(No)…“
아내가 귓전으로 속삭이자, 침상의 노인은 기력이 딸려 말을 잇지 못하고, 수화를 하려고 들던 손마저 툭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거친 숨결이 멈췄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자이자, 전화기의 상용화를 실현시킨 과학자였던 그레이엄 벨은 1922년 오늘(8월 2일) 캐나다 동쪽 케이프 브렌톤 섬의 자택에서 이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당뇨병 합병증과 악성빈혈. 치열하게 달렸던 75년의 삶이었습니다.

벨은 전화기의 발명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무치, 미국의 일라이셔 그레이 등과 ‘최초’를 두고 끊임없이 특허 소송을 벌였습니다. 벨은 우여곡절 끝에 1876년 전화기에 대한 특허를 받았고, 그해 6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 건국 100주년 기념 박람회’에서 전화기를 선보여 세계적 관심을 끕니다.

벨은 상품 개발과 소송 전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다가 지쳐, 금융회사 웨스턴유니언 사에 특허권을 팔려고 합니다. 그러나 웨스턴유니언의 윌리엄 오턴 회장은 “통신수단이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벨의 전화기는 당분간 장난감에 그칠 것”이라며 인수를 거절합니다. 벨은 1877년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차렸고, 아시다시피 세계 최대 통신회사 AT&T로 발전합니다.

벨은 1847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청각장애인이었던 아내를 돌보며 음성학을 파고들었고, 3대를 거쳐 손자 벨도 음성학의 전문가가 됩니다. 벨의 어머니도 청각장애인이었습니다. 벨은 영국왕립고교를 졸업하고 런던칼리지대에서 음성학을 전공한 뒤 캐나다와 미국에서 청각장애 어린이들을 가르치다가 전화의 상용화에 성공합니다.

벨은 또 무명이었던 과학연구소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의 회장으로 취임해 이 연구소의 정기간행물을 세계적 잡지로 끌어올렸고,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의 창립에 큰 역할을 합니다. 벨 사후에 출범한 벨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의 산실이라고 불릴 만큼 세계적 과학연구소로 성장합니다.

벨은 자신의 전화기가 무선전화를 거쳐 스마트 폰으로 진화할 줄 알았을까요? 그 스마트 폰이 사람의 일상을 지배하는 기계가 될 줄 알았을까요? 그러나 당대의 최고 투자가는 전화기의 상용화 가능성조차도 부정했습니다. 벨의 경쟁자 안토니오 무치가 상품을 먼저 개발하고도 특허전에서 패배한 것도 무치를 후원하는 회사가 사업성을 낮게 봤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어떤 사람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온몸을 불사릅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좁은 시각으로 단정해서, 그 큰 꿈을 무시합니다. 지금 뜨겁게 펼쳐지고 있는 도쿄올림픽에서도 생각지도 않았던 영웅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부분 “안 된다”는 주위의 편견과 맞서 보통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노력 끝에 꿈을 실현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꿈을 실현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누군가의 꿈을 북돋아주는 사람인가요? 최소한 누군가의 꿈을 묵살하고 무시하는 ‘키보드 전사’는 아니겠지요?


[오늘의 음악]

 

첫 곡은 1936년 오늘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난 재즈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앙드레 가뇽의 ‘Comme Au Premier(첫날처럼)’입니다. 드라마 ‘화양연화’의 OST이죠?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로크 브와진이 같은 곡에 가사를 입힌 ‘Am I Wrong?’도 뒤따라옵니다. 이어서 1921년 세상을 떠난 엔리코 카르소의 절창으로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Una Furtiva Lagrima(남몰래 흘리는 눈물)’ 들어보시지요.

  • 첫날처럼 – 앙드레 가뇽 [듣기]
  • 남몰래 흘리는 눈물 – 엔리코 카르소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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