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박이 느릴 때와 빠를 때, 돌연사 막으려면?

[김성환의 맥박이야기] 심박동기와 제세동기

심장은 하루에만 10만번이 넘게 뛰면서 온몸에 혈액을 보낸다. 생명이 있다는 것은 심장이 뛴다는 것과 같은 말이며, 갑자기 심장이 멈춰 돌아오지 않으면 돌연 사망한다. 안타깝게도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병이 있는데, 맥박이 느린 것과 지나치게 빠른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맥박이 느린 병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 안에 박동기를 갖는다. 이 박동기는 신체 상황에 맞춰 적절한 속도로 심장을 뛰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박동기 기능이 떨어지면, 맥박이 느려지고, 어지럼증, 실신 등의 증상이 생긴다. 박동기 기능을 좋게 해주는 약물은 아직까지 없어서, 치료를 위해서는 가슴 쪽 피부 밑에 인공박동기를 삽입해야 한다. 인공박동기는 조그만 건전지로 움직이는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9~10년 뒤에는 건전지를 바꿔주는 것이 필요하다. 옛날에는 인공박동기를 갖고 있으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 금기시됐지만,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이 문제가 해결됐다.

 맥박이 지나치게 빠른 병

심장박동이 따른 맥박이 분당 200회 이상 지나치게 빠르게 되면, 혈액을 뿜어내는 펌프로써의 기능을 잃는다.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할 때 적절한 속도로 펌프질을 해야하는 것과 같다. 수축만 강하다고 펌프 역할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수축 이후 다음 수축때 까지 심장 안에 혈액이 충분히 차도록 기다리는 시간 또한 필요하다.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지나치게 빨리 뛰어서, 펌프 역할을 잃게 되는 것을 심실빈맥 혹은 심실세동이라고 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심장 기능을 잃고 심장이 멈추는 것과 같으며,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재빨리 전기 충격을 해서 심장 박동을 되돌여야 한다. 매우 급박하기 때문에 병원에 옮기는 시간조차 너무 길어서 현장에서 전기 충격(=제세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기차역, 공항, 지하철역 등에 제세동기가 설치됐고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늘면서 돌연사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생명을 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심장이 멈추는 돌연사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심장이 멈췄을 때 주변에 제세동기가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돌연사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는 제세동기를 몸 안에 삽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삽입형 제세동기이며 시술 과정은 인공박동기와 같지만 기능이 훨씬 많기 때문에 부피가 큰 단점이 있다. 마른 체형이라면 환자가 조금 불편해할 수 있고 보기에도 두드러져 보이는 단점이 있다.

삽입형 제세동기를 시술한 모습(왼쪽). 오른쪽은 제세동기를 피부 깊숙이 삽입한 모습으로 수술 흉터가 눈에 띄지 않는다.[사진=서울성모병원]
이럴 때엔 제세동기를 보다 깊숙이 위치시키면 불편감이 훨씬 적고 외형적으로도 제세동기 삽입 여부를 모를 만큼 표시가 나지 않는다. 깊숙이 위치시키면 불편감이 적고 미용적으로도 좋지만 시술 시간이 더 걸리고 비급여로 인해 시술 비용이 더 들 수 있기 때문에 주치의와 장단점에 대해 상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예전에는 대책 없이 세상을 떠나야먄 했던 환자들이 주치의를 믿고 최선의 방법을 찾으면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건강을 관리하면서 살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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