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스타 바일스에 나오미까지…’정신 건강’이 곧 ‘몸 건강’

도쿄올림픽에 출전 중인 시몬 바일스(왼쪽)과 오사카 나오미. [사진=페이스북]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스포츠 간판스타들에게 옹호와 비판 여론이 함께 쏟아지고 있다. 미국 체조선수인 시몬 바일스와 일본 테니스선수인 오사카 나오미 등이 바로 논쟁의 주인공이다.

바일스는 지난 27일 단체전 경기를 중도 포기했고, 오늘 열리는 개인종합 결선 역시 기권했다. 단체전에서 첫 종목인 도마에 출전해 기대에 못 미치는 점수를 얻고 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체조의 여왕이라는 위치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바일스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정신건강에 우선 집중하고자 한다며 경기 포기의 이유를 밝혔다.

이로 인해 미국 대표팀은 27일 경기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 밀려 은메달을 땄다. 이 같은 경기 결과는 바일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유리 멘탈’인 선수가 왜 올림픽에 출전한 것인지, 또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경기에 최선을 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것.

하지만 한편에서는 바일스의 결정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중압감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느꼈을 때는 한발 물러서는 것이 현명한 결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최종주자로 나섰던 나오미도 여자 단식 16강에 탈락한 배경에 비슷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랭킹 2위라는 위치의 부담감과 혼혈인로서 느끼고 있는 스트레스, 그동안 앓아온 우울증 등이 복합적으로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정신적 고통’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선수가 경기 도중 육체적 부상을 입었다면 중도 포기 결정을 이해하지만, 정신적 이슈와 관련해서는 “그것도 못 참냐”는 비난이 쏟아진다는 것.

전문가들은 ‘정신건강’이 곧 ‘신체건강’이라고 설명한다. 몸이 다쳐 경기를 포기할 수 있는 것처럼 정신적인 손상 역시 기권의 현실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질적으로 정신질환은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 불안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증상에는 식욕 저하, 수면장애, 체력 저하 등의 다양한 육체적 변화가 수반되고, 다양한 질환의 발생 위험률도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동료 선수들과 자신을 응원하는 국민들을 두고 기권 결정을 내렸을 땐 이기심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포츠 선수가 경기 포기 후 따르는 오명과 공격 등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올림픽 일정이 1년 연기되면서, 선수들이 더 오랜 기간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처럼 매우 절제된 식단과 운동 루틴을 견디는 사람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든 순간이 올 수 있다.

프로 운동선수들을 자선단체에 연결해주는 비영리단체인 ‘애슬릿 포 호프(Athletes for Hope)’에 따르면 프로 선수의 35%가 섭식장애, 번아웃, 우울증, 불안증 등을 겪는다. 하지만 운동선수들은 현역에 있을 때 이런 얘기를 쉽게 꺼내지 못한다. 은퇴한 뒤에야 당시 자신의 심리 상태가 어땠는지 고백한다.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왔던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도로시 해밀은 올림픽 챔피언이 되는 꿈을 이루면 상황이 달라질 줄 알았지만 여전히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수영선수인 마이클 펠프스도 우울증, 불안증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림픽 메달을 휩쓸었던 펠프스는 정신건강과 공인으로서의 위치 사이에 균형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울증, 불안증 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겉으로 봤을 때 보통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어제까지 웃으며 일상생활을 하던 사람이 다음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바일스와 오사카를 무조건 두둔할 순 없지만, 그들이 느끼는 심리적 고통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이기적이라거나 나약한 사람으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고 설명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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