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지식 바뀌는데, 방역지침은 그대로?

[허윤정의 의료세상] 과학적 근거 기반의 지침 필요

사진=gettyimagesbank

코로나19가 시작한지 1년 7개월째다. 감염병에서 시작된 코로나는 보건의료, 정치, 경제, 교육, 문화, 국방, 노동, 여성, 돌봄 등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우리 사회 전 영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방역당국의 정책은 어떤 근거로 결정될까? 거리두기는 왜 2m인지? 왜 식당에서는 낮에는 4명까지, 저녁에는 2명까지 앉아야 하는지, 야외에선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지 궁금했던 적은 없는가?

코로나에 대해서 부족한 정보로 대응했던 초기와 달리, 이제는 19개월 동안 방역 당국이 축적한 데이터를 국민이 눈높이로 공개하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왜 4단계로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지? 어떤 상황에서 방역 기준이 완화될 수 있을지 납득할 수 있어야 사람들은 공익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확진자 증가를 막는 것이 아니라 중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 방식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응 기준을 신규 확진자 수에서 중증 환자 수로 바꿀 예정이다. 한국과 이들 국가의 대응 방식의 변화를 단순히 백신 접종률 차이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7월 22일 기준으로 1,842명으로 기록을 갱신중이다. 그러나 월별 중증화율(환자 중 위중 환자가 되거나 사망한 비율)은 0.98%로 떨어졌고, 월별 치명률(환자 가운데 사망한 비율)은 작년 12월 이후 지속적 감소 추세를 보이다 0.03%까지 가장 낮아졌다. 2월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접종을 시작한 뒤, 고령자의 접종이 진행되면서 치명률과 중증화율의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7월 신규 확진자 증가는 최고 수준이지만, 치명률과 중증화율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방역 기준은 어떤 수에 근거해서 만들고, 어떤 목표를 향해 갈 것인가?

한국의 연령별 치명률을 살펴보자. 18.5%의 높은 치명률은 보인 80세 이상 연령과 5.5%인 70대를 제외하면, 60대의 치명률은 1.0%이고 50대에서 20대까지 0.2~0.03%의 치명률을 보이다가 10대 이하의 치명률은 0%다.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19세 이하 누적 확진자 22,782명 중에서 위중증 환자가 되거나 사망한 사람은 공식적으로 단 한 명도 없다. 이와 같은 데이터의 공개가 코로나 초기와 현재의 변화된 역량의 반증이다.

지난 4월 미국 CNBC 보도에서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마틴 바잔트 교수는 “사람의 호흡에서 나온 침방울은 기류와 섞여 방 전체에 걸쳐서 이동한다”며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2m 거리를 지키라는 지침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감염자와 거리 유지보다 밀폐된 공간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가가 코로나19 감염에 위험을 더 높인다는 것이다.

MIT 연구진은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고 있어도 코로나19 감염이 적다고 분석했다. 바잔트는 “ 붐비는 공간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실외에선 1m 정도 간격만 유지해도 마스크 없이 안전할 수 있다”며 “전염성이 60% 더 높은 변이바이러스도 환기를 늘리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거나 실내 사람 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전파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MIT의 연구결과는 실내에선 마스크 착용 여부가 아니라 머무는 시간과 환기의 정도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밀집된 경우를 제외하고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열돔에 갇힌 한반도의 7월 폭염에 야외에서조차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MIT의 연구와 어떤 다른 근거가 있다면 공개하고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도 납득하고 고통을 감내할 이유가 되지 않을까? 과학적 근거 기반의 방역이 필요한 이유다.

22일 기준 영국의 성인 인구 69.2%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87.8%는 1회 이상 접종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3만9906명이다. 팬데믹 초기 과학자들은 전체 인구의 약 60~70%가 면역력을 갖추면 감염병의 확산이 멈추거나 둔화하는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집단면역을 달성한 영국은 여전히 3차 유행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사망자는 84명으로 올해 초 같은 규모의 확진자에서 1000명대 사망자가 나오던 때와 비교하면 대폭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집단면역을 달성’한 영국에서 확인되고 있는 사실은 백신이 바이러스 전파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망, 입원, 중증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근거로 영국은 방역조치를 해제하면서 코로나와 함께 살기 실험에 돌입한 것이다. 백신을 통해 항체를 보유해도 재감염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면, 집단면역 달성 이후에도 확진자가 줄지 않는 영국의 실증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한국의 방역 기준은 무슨 목표로, 무엇을 근거로 방역 단계를 설정할지 고민해볼 일이다.

판데믹 초기에는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모든 위험’에 선제적으로 강력한 비의료적 공중보건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학교 폐쇄 등은 사회적 자원을 크게 소모하며 기본권을 제약하므로 지속가능하지 않고 오래 지속해서도 안 된다. 방역은 이제 ‘모든 위험’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인된 위험’을 대상으로 비의료적 공중보건수단의 사용을 제한하고, 합리적 정책을 실행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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