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무좀이 생겼다. 올해도 어김없이 4번 째와 5번 째 발가락 사이다. 하얗게 짓무르고 냄새가 나고 너무 가렵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엄지발톱의 색깔이랑 모양도 약간 이상하다.
–무좀은 곰팡이 감염질환, 얼굴에도 생길 수 있다
가끔 피부과에서 진료를 받은 후 약국에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분들이 있다. 얼굴에 이상한 게 생겨서 병원에 왔는데 무좀약을 처방받았다며 기분이 나쁘다고 말씀하신다. 무좀은 피부사상균에 의해 발에 감염이 생긴 것으로, ‘백선(tinea)’의 일종이다. 피부사상균은 피부의 각질층이나 손톱, 발톱 등의 각질조직에 침입하는 곰팡이균이다. 피부사상균은 감염을 일으키기 위해 침투 가능한 각질층이나 각질조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발생한다.
머리에 생긴 감염은 두부백선, 얼굴에 생기면 얼굴백선 그리고 발에 생기면 족부백선이나 무좀이라고 각각의 명칭은 다르지만, ‘피부사상균에 의한 곰팡이감염’ 이라는 맥락은 동일하다. 그래서 환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얼굴에 생긴 무좀 같은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혹시 나중에 병원의 진료 과정이나 약국에서 복약지도를 받을 때 비슷한 이야기를 듣더라도 너무 당황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기를 바란다.
–발무좀(족부백선)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전체 백선의 33~40%를 차지하는 것은 족부백선, 바로 발무좀이다. 발무좀은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 번째는 칼럼의 초입에 나왔던 ‘지간형 무좀’이다. 주로 4번 째, 5번 째 발가락 사이에 생기고 3번 째와 4번 째 발가락 사이에도 흔하게 발생한다. 곰팡이균은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데 4~5번, 3~4번 발가락 사이 공간이 다른 곳보다 더 좁고 바람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발에 땀이 많이 나고 하루 종일 구두나 작업화를 신고 일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바람이 잘 통하는 슬리퍼를 신고 일하면 좋겠지만 실내 근무가 아니라면 쉽지 않다. 이럴 땐 점심시간이라도 신발을 벗고 발이 통풍되도록 신경 쓰고 저녁에 발을 씻은 후에는 발가락 사이 공간에 물기가 남지 않도록 완전히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발바닥과 발바닥 측면에 작은 물집으로 시작되는 소수포형 무좀, 세 번째는 발바닥 전체에 걸쳐 각질이 두꺼워지고 긁으면 고운 가루가 떨어지는 과각화형(인설형) 무좀이다. 무좀은 형태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다르므로 약국에서 무좀약을 구입할 때 본인의 증상을 상세히 설명하며 상담하는 것을 권한다.
지간형 무좀 환자들이 약국에서 많이 구매하는 무좀 연고는 제품마다 사용법이 조금 다르지만, 보통 가려움증은 2~3일 내에 해소된다. 만일 일주일 간 사용해도 가려움이나 냄새 등의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전문가와 다시 상담해야 한다. 소수포형 무좀의 경우 물집이 터졌다면 2차 세균감염의 위험이 커지므로 일반 무좀 연고를 사용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할 것을 권한다.
-발톱무좀과 발무좀 치료제는 다르다
발톱무좀은 발무좀을 장기간 방치하던 사람들에게 흔하다. 무좀은 감염질환이므로 내 몸에서 다른 부위로 곰팡이균이 옮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도 있다. 가끔 우리 가족 중에는 무좀이 없는데 수영장에 갔다가 무좀이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경우다. 발톱무좀은 발무좀에 사용하는 연고로는 효과가 없다. 두꺼운 발톱 아래에 곰팡이균이 자리잡아 일반 연고로는 발톱의 조직을 뚫고 약이 침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톱무좀은 메니큐어처럼 발톱에 바르는 네일라카를 사용하거나 먹는 항진균제를 투여한다.
바르는 약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으나, 항진균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병원에서 진료 후 처방을 받아야 한다. 발톱무좀은 치료 기간이 6개월 이상 소요되고 발무좀처럼 가려운 증상이 없어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적절한 시기에 관리하지 않으면 발톱의 형태와 색깔이 변해서 치료가 더 어렵다. 최근에는 장기간 항진균제 복용과 네일라카 사용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레이저 치료법도 활용되니 발톱무좀 때문에 고민이라면 가까운 피부과에서 상담받는 것도 추천한다. 혹은 약국에서 네일라카를 구매하여 꾸준히 바르면서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