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극찬, 차기석 앗아간 ‘만성신부전’ 증세는?

부천FC는 유가족에게 애도를 전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사진=부천FC 페이스북]
히딩크 감독이 찬사를 보냈던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 차기석이 서울 아산병원에서 13일 세상을 떠났다. 만성신부전으로 투병한 끝에 향년 35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1986년생 차기석은 경신중-서울체고-연세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200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챔피언십에서 한국의 우승과 함께 MVP를 수상하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신장 191cm에 반사신경과 킥 능력이 뛰어나 차기 국가대표 수문장으로 기대를 모았다. 2003년에는 핀란드에서 열린 FIFA U-17 월드컵에서 활약했으며, 2004년 6월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당시 17세 183일로 대한민국 역대 최연소 A대표팀 발탁 기록이다.

2004년 AFC U-19 챔피언십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2005년에는 거스 히딩크 전 남자 A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 훈련에도 참여하며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촉망받던 골키퍼 차기석은 2006년 전남 드래곤즈 전지훈련 중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았다. 아버지의 신장을 이식받았지만, 24세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은퇴 이후 모교인 연세대에서 골키퍼 코치로 활동하며 지도자의 길을 걸었지만, 2019년 재발했고 만성신부전에 버거병과 다발성근염 등 합병증으로 힘든 투병 생활을 이어갔다. 축구계 선후배, 동료, 팬들의 간절한 기원과 후원으로 한때 많이 회복했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다.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 당시 차기석(윗줄 맨 오른쪽)의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주고 불필요한 수분은 배출하며, 체내 향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기석을 앗아간 만성신부전(만성콩팥기능저하증)은 신장이 제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는 병이다. 신기능 검사 ‘사구체 여과율’이 정상의 60% 이하인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신부전으로 진단한다. 남아 있는 신장 기능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저하돼 말기 신부전이 되면 투석이나 신이식술 등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만성 신부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2019년 24만9283명으로 나타났는데, 2015년 대비 46%나 늘어난 숫자다. 70대 29.4%, 60대 24.1%, 80세 이상 18.8%로 60세 이상 연령이 전체 환자의 70%를 차지한다. 인구 100만 명당 말기 신부전 유병률은 아시아 4위, 전 세계 6위로 높은 수준이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만성신부전의 주요 원인으로 당뇨병과 고혈압을 꼽을 수 있다. 당뇨에 의한 말기 신부전이 48.4%로 가장 흔하다.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가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단백뇨 증상을 보이면 만성신부전증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원인은 신장의 거름 장치에 염증과 손상을 주는 질환 사구체신염이다. 모든 신장 관련 질환이 만성신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다.

만성신부전은 신장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기 전까지 알아채기 힘든 편이다. 대표적인 증상이 피로감, 식욕부진, 가려움증, 부종, 다뇨증 등으로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말기 신부전으로 악화하면 호흡곤란과 심전도 장애, 경련, 폐부종, 혼수 등이 나타나며 거의 모든 장기에서 증상이 나타나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다만, 혈액검사에서 우연히 신기능 저하를 발견하거나 초음파 검사,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은 CT 검사에서 신장이 작아진 것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저염식으로 식사하되 단백질을 적정량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성신부전의 관리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습관 개선이다. 만성 신부전 환자는 수분과 염분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에 고혈압과 부종이 나타난다. 짠 음식을 먹으면 염분이 몸에 쌓여 몸이 더 붓고 호흡곤란까지 올 수 있다. 저염식으로 식사하되 양질의 단백질을 적당량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근육이 분해돼 영양 결핍이 올 수 있지만, 반대로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면 신장에 과부하가 걸리고 단백뇨가 늘어나 신장 기능이 빠르게 악화된다.

신장 배설기능이 떨어져 인이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되고 체내 칼슘 농도는 감소한다. 부갑상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증가해 골 형성을 감소, 골 파괴는 늘어나 골다공증이 생긴다. 칼슘과 비타민은 충분히 섭취하되 칼륨과 인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고 알려졌지만,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는 좋지 않다. 칼륨이 많은 과일과 채소도 지나치게 먹지 않아야 한다.

모든 신장 질환 환자에게 적절한 운동은 필요하다. 한 번에 30분 이상 일주일에 3회 걷기로도 근력이 강화되며 혈압과 혈당이 조절되고 심장마비 위험이 줄어든다.

‘알콩달콩 콩팥이야기’의 저자인 이태원 이수내과의원 대표원장은 “식생활, 운동 부족 등 생활습관과 관련 있는 당뇨병 및 고혈압 환자가 늘면서 만성 신부전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라며 “50세 이상 고령자,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질환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흡연자인 경우 평소 혈압 측정, 소변 검사, 신장 기능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며 신장 건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히 단백뇨를 의미하는 거품뇨, 혈뇨로 인한 소변 색깔 변화, 소변을 자주 보거나 자다가 일어나 보는 야간빈뇨, 부종, 몸무게 증가가 나타나면 만성 신부전을 의심할 수 있다”며 정기 검사를 통한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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