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웃고있네?’ 사물에 얼굴이 보이는 이유 (연구)

눈 코 입이 있는 실제 생물이 아님에도 무생물의 것에서 얼굴을 그려내는 현상을 이른바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고 한다. 가령, 다양한 구름의 형태를 보면서 동물이나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처럼 불분명하고 불특정한 현상이나 소리, 이미지 등에서 특정한 의미를 추출해내려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우리 뇌가 시각적 신호를 처리해 무생물의 모습을 사람의 얼굴로 형상화하는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뇌는 눈 두개에 코, 입으로 조직화돼 있는 일종의 템플릿(형판이나 형틀_template)을 적용해 얼굴을 인식한다. 뇌에서는 이미 ‘얼굴’이라는 것은 눈 코 입이 있는 어떠한 형태라고 틀이 박혀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눈 두개, 코 하나, 입 하나로 틀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아, 주변의 사물이나 자연으로부터 얼굴 인식 반응이 유발된다.

그런데 이렇게 사물을 보고 얼굴을 인식할 때 실제 생물의 얼굴을 볼 때 똑 같은 인지 과정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물의 얼굴에서 표정까지 감지하는 것도, 사람의 얼굴을 보듯 동일한 뇌의 인식 과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물에서 얼굴을 발견해 사진 찍는게 취미인 독자가 제공한 생활 속 사물의 얼굴 이미지들. 사물이지만 웃는 얼굴, 놀란 얼굴, 뾰루뚱한 얼굴 등 다양한 모습이 보인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신경과학자로 이루어진 연구진은 우리가 무생물에서 가짜 얼굴을 보고 식별할 때 뇌에서는 실제 얼굴을 분석할 때와 동일한 인지 과정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영국왕립학회 B 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일단 파레이돌리아에 의해 무생물의 얼굴을 감지했을 때, 뇌가 얼굴 표정을 분석하는지 아니면 가짜 얼굴을 감지한 것으로 여기고 얼굴 처리과정을 폐기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에 참가한 피실험자들에게 일련의 얼굴을 보여주고 각 얼굴 표현을 ‘화남’에서 ‘행복함’까지 다양한 척도로 평가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들의 뇌가 거짓 얼굴을 인식해도, 실제 얼굴을 인식했을 때 처리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얼굴 표정을 분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얼굴과 무생물의 얼굴을 섞어 놓고 실험을 진행해도 결과는 같았다.

이에 대해 연구저자인 데이비드 앨레이스 교수는 “이는 우리의 뇌에서 얼굴 표정을 처리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그 어떤 이미지 유형에 관계없이 수행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의 얼굴을 판단하는 데 개입되는 편견이 우리가 무생물을 보고 상상한 얼굴을 분석하는 데에도 드러났다는 것이다. 무생물을 보고 얼굴을 상상하는 것에 더해, 실제 사람의 얼굴을 볼 때의 감정적 속성을 부여해 그 무생물의 얼굴 표정까지 읽어낸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인간은 얼굴의 정체를 식별하고 표정을 파악해서 친구인지 적인지, 그들의 기분이 어떠한지 알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물이 얼굴처럼 보일 때 이는 단순히 해석 이상의 의미를 갖으며, 실제로 뇌는 얼굴 감지 네트워크를 작동시켜 그 얼굴이 가짜든 진짜든 뇌에서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은 기자 eu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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