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의 헬스앤] ‘간병 파산’, ‘간병 지옥’ 덜 수 있는 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간병 얘기만 나오면 우울해지는 사람이 많다.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오랫동안 곁에서 보살피며 시중드는 것은 너무 힘들다. 긴 간병에는 효자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간병 파산’에 이어 ‘간병 지옥’, 심지어 ‘간병 살인’이라는 끔찍한 말까지 나온다. 20년 동안이나 치매 어머니를 돌봤다는 자녀의 이야기에 ‘효’보다는 ‘연민’을 느끼는 세상이 됐다. 오래는 살지만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면서 간병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가족 중 오래 앓는 사람이 있으면 심신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지칠 수밖에 없다. 간병은 비용과 가족 문제 등 여러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요양병원 입원이나 간병인을 둘 엄두조차 못내는 사람이 많다. 빠른 치료와 단기간 도움이 필요한 급성기 환자의 경우 간병인에게 하루에 15만원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한 달에 간병비만 400만원이 훌쩍 넘어가고 병원비까지 합치면 500만~600만원에 이른다. 간병비 마련을 위해 집을 팔고 빚까지 끌어다 쓰면 말로만 듣던 ‘메디컬 푸어’(Medical Poor)가 된다.

간병 문제가 우리보다 더 심각한 일본에서는 ‘간병 소설’이 주목을 받는다. 실제 치매 어머니를 20년 이상 돌봤다는 시노다 세츠코의 소설 ‘장녀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간병을 고스란히 떠 앉은 맏딸은 이상한 행동을 한 어머니에게  “왜 살아 있어?”라며 증오를 쏟아 낸다. 그러다가 이내 “내가 한눈을 팔았으니까…”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완벽하게 미워할 수도, 그렇다고 완벽하게 사랑할 수도 없는 대상과의 끝없는 싸움… 결국 주인공은 “이대로 동반자살이라도 하고 싶다”고 토로한다.

실제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서로를 돌보는 긴 간병을 견디지 못하고 동반자살하는 사례가 자주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내의 간병에 지친 노인이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살인까지 했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진다. 간병은 부모-자녀 문제 뿐 아니라 노인 부부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진다. 긴 간병은 가족 간의 사랑을 해치는 주범인 셈이다.

이제 우리도 간병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다뤄야 때가 됐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간병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보험회사들은 잇따라 간병보험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제는 가족의 희생에만 의존하는 간병 시대는 지나가는 것 같다. 국가 차원에서 간병 비용을 제대로 추산하고, 간병에 들이는 시간과 인원을 덜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의견이 다르다면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일부에서 간병비를 건강보험 영역으로 끌어들여 질 높은 서비스를 받게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간병을 명실상부한 의료서비스로 정착시키고, 사회보장 차원으로 확대시켜야 진정한 복지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병 시스템이 정착되면 경제적 고통과 갈등을 완화시켜 결국 가족의 안녕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돈’이 문제다. 건강보험이 간병비까지 부담하면 막대한 적자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서구 선진국들은 간병을 건강보험이나 국가의료체계에 포함시켜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이 환자를 돌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개인이 간병인을 고용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진 인력이 고강도 노동에 시달릴 수 있다. 그나마 7년 전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시범사업이 도입되어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전문 간호 인력이 간호뿐만 아니라 간병까지 24시간 서비스하는 병원이 있다. 간병 비용을 건강보험으로 일부 해결하고 있어 국민 만족도는 높다. 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실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산이 주춤한 것은 전담 인력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는 보상체계를 현실에 맞게 뜯어 고치면 해결될 수 있다. 일은 더 힘든데 월급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누가 지원하겠는가. 신규 간호사와 기존 간병인을 철저히 교육시켜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민간 간병인 공급자들이 수수료만 떼어가는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간병 지옥’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다름없다. 누구나, 어느 가족이나 경험할 수 있다. 노부부는 “투병 생활 없이 자다가 편안하게 죽고 싶다”고 되뇌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랜 간병으로 가족끼리 불화를 겪고 경제적 고통과 마주하는 것은 덜어야 한다. 간병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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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댓글
  1. 방충선

    정말로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우리는 모두 늙고 병 듭니다 100세 시대에 맞는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2. 장은수

    간호사대학 4년 다니고 똥오줌 기저귀를 바꾸어주면서 24시간 교대제 근무할 400만 월급받는다는 간호사 나와보세요. 택도 없는 소리를 하네요. 24시간 간병에 1인 6명 돌봄에 250만정도 월급의 중국인 간병사들이 현실이에요. 도대체 기자들은 사회를 어떻게 아는건가요?

  3. 김인환

    일본 및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단기(1년 또는 2년)외국인 간호(재택간병)인력의 도입을 적극 시행하야야 합니다. 물론 입국 전 현지교육(기초언어 및 관습 등)도 필요합니다.

  4. 지나다

    간병도 중요하지만, 희망없는 긴병에 고통 받느니, 스위스처럼 공인된 안 락사법이 제정되었으면 합니다.

  5. 로봇이아닙니다.

    신규 간호사와 기존 간병인을 철저히 교육시켜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 이건 면허자인 신규 간호사와 일정정도의 교육도 수료하지 않는 간병인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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