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79호 (2021-06-28일자)

기적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떠난 캐나다의 영웅

캐나다 오타와의 국회의사당 맞은 편에 있는 테리 폭스의 동상.

1980년 오늘(6월 28일) 캐나다에선 23세 생일을 한 달 앞 둔 젊은이가 골육종이 온몸으로 번져서 세상을 떠납니다. 온 국민이 조기를 달며 애도했습니다. 하늘로 떠난 이는 테렌스 스탠리 폭스, 세상에 테리 폭스로 알려진 젊은이입니다.

테리는 고교와 대학 때 장거리 육상과 농구 선수로 활약한 열정적 청년이었습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라고, 19세 때 뼈에 생기는 암인 골육종 진단을 받습니다. 오른쪽 다리를 무릎 위까지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1년 반 동안 항암주사를 맞으며 투병합니다.

테리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암세포가 보이지 않자, 의족을 달고 달리기 시작했고, 휠체어 농구로 전국 대회를 세 번 제패합니다. 그는 다리를 자르기 전 읽었던, 의족을 단 채 뉴욕마라톤을 완주한 딕 트라움의 기사를 떠올리며 보다 뜻 깊은 일을 하려고 마음먹습니다. 암 투병 중 암 연구에 너무나 적은 돈이 투자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암 연구 기금을 마련하는 마라톤을 계획한 것입니다.

그는 1980년 4월 캐나다를 횡단하면서 캐나다 국민 2400만 명에게 1 캐나다달러씩 모금해서 2400만 달러(약 220억 원)를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희망 마라톤’의 출발지는 캐나다 동쪽 끝 뉴펀들랜드 주의 세인트존스. 대서양 연안에서 출발해서 태평양을 바라보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빅토리아까지 8,400㎞을 쉬지 않고 달리는, 그야말로 대장정이었습니다.

4월 12일 흐린 날씨 속에서 출발한 테리는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매일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습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와는 또 다른 달리기였습니다. 입은 악 다물고, 얼굴은 일그러진 채 구부정한 자세로 비틀거리며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의족이 수없이 고장 나서 밤에는 이를 교정해야만 했습니다. 발바닥의 물집이 계속 터지는 아픔은 절단한 부위가 의족과 마찰하면서 문드러지는 아픔에 비하면 약과였습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달렸습니다.

캐나다 중부 온타리오 주에 도착했을 때 폭스논 캐나다의 국민 영웅이 돼 있었고, 수많은 명사들이 찬조 출연하며 모금액이 불어갔습니다. 그러나 9월 1일 온타리오 주 서부의 선더베이 외곽에서 계속 기침을 하다가 쓰려졌습니다. 급히 병원에 실려 갔고, 암이 폐까지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그리고 9개월 뒤 6월 28일 세상을 떠납니다. 143일 동안 5,373㎞을 달렸지만, 8,400㎞의 목표는 채우지 못한 채.

그러나 테리의 꿈은 계속 타올랐습니다. 그가 눈을 감기 4개월 전 목표 모금액 2400만 달러는 채워졌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테리의 달리기를 초기부터 후원한, 포시즌스 호텔의 설립자 이사도르 샤프와 폭스의 가족이 테리 재단을 설립하고 이듬해 9월 13일 ‘테리 폭스 달리기’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각국의 호응으로 이 마라톤 대회는 세계로 번졌습니다. 매년 9월 하루 우리나라를 비롯한 60여 개 나라에서 대회가 열려왔습니다. 지금까지 수백만 명이 참가했고 8억 캐나다 달러(약 7,337억 원)이 모금돼 암 연구 기금으로 지원되고 있습니다.

아직 암의 정복을 말하기엔 요원하지만 10년, 20년 전과 비교하면 암 진단과 치료가 눈에 띠게 발전했습니다. 테리의 희생 역시 암 연구 발전에 크게 기여했을 겁니다. 최소한 이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뛰어난 지능이나 체력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꿈을 갖고 이를 실현할 강한 의지가 있다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테리가 우리에게 남긴 말이 가슴을 울리는 하루입니다.

“I’m not a dreamer, and I’m not saying this will initiate any kind of definitive answer or cure to cancer, but I believe in miracles. I have to(저는 몽상가가 아닙니다, 이 달리기가 암에 대한 어떤 확정적 답이나 해결책을 촉발시킨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기적을 믿습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핫 닥터]폐암 환자 ‘후유증 최소’ 로봇수술 길라잡이

 

이번 주 핫 닥터는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52)입니다. 김 교수는 전임의 시절 개흉수술의 부작용으로 신음하고 거친 숨을 쉬는 환자를 보고, 수술 후유증을 줄여 환자에게 암 진단 전의 일상을 선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끊임없이 노력해온 의사입니다. 흉강경, 로봇수술에서 세계 최초의 기록들을 내고 있으며 암과 정상세포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 조기 진단을 위한 연구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김현구 교수의 스토리 보기


오늘의 음악

첫 곡은 달리는 사람에 대한 음악입니다. 독일 출신의 미국 싱어앤송라이터 잭슨 브라운의 ‘Running on Empty’입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삽입곡인데 영화를 배경으로 한 영상입니다. 이어서 제목이 우연히 오늘 이야기와 같은 노래, 스위트의 ‘Fox on the Run’입니다.

  • Running on Empty – 잭슨 브라운 [듣기]
  • Fox on the Run – 스위트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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