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 ‘후유증 최소’ 로봇수술법, 세계 최초 행진

[핫 닥터]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

메스로 옆구리를 20~30㎝ 가르고, 수술망치로 갈비뼈를 1, 2개 부러뜨린다. 넓게 드러난 가슴 속을 보면서 폐에서 암이 있는 부위를 넓게 도려내고 끄집어낸 다음, 옆구리를 꿰맨다. 의사는 ‘크게 열고, 넓게 제거’하는 원칙에 따라 이처럼 수술하고 나서 수술실 밖으로 나가 환자 보호자들에게 “수술, 잘 됐습니다.”라고 알려준다.

10여 년 전에도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살 수 있었지만, 환자는 이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의사 입장에서는 암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환자에겐 악몽이었다. 고려대 구로병원 김현구 교수(52)는 전임의 시절 수술 뒤 수술실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환자 보호자에게 “수술 잘 됐습니다”라고 얘기할 때마다 다음이 걱정이었다.

환자는 비명을 지르며 마취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김 교수가 병실에서 환자를 보러 가면 환자는 어금니를 물고 얼굴을 찡그린 채 겨우겨우 말을 이어갔다. 폐 4조각 중 하나를 자르니까 호흡에 문제가 있어서 퇴원하고 외래로 오면 한결같이 “숨이 차서 다니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환자들의 일그러진 얼굴과 신음, 비명을 가슴에 새기고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수술’을 평생의 화두로 삼고, 이를 하나하나 실현해나가고 있다.

그는 현재 흉강경과 로봇으로 폐암을 수술하며 환자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분야에서 세계의 길라잡이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의사들이 옆구리에 3㎝의 구멍 1개와 1㎝의 구멍 3, 4개를 뚫고 로봇수술을 할 때 세계 최초로 옆구리에 구멍 2개만 뚫어 후유증을 최소화했고, 이전에는 아시아 최초로 로봇만 이용한 수술에 성공했다. 올해에는 옆구리가 아니라 배에 구멍 하나를 뚫어 흉선종을 제거하는 로봇수술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김 교수는 또 폐암 부위만 도려내고 정상조직은 살리기 위해 형광물질을 이용하는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 한국인 최초로 유럽흉부외과학회의 ‘그릴로 상’을 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전임의 시절 100여명을 ‘크고 넓게’ 수술하고 부작용과 씨름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해결책에 대해서 전해 듣고서는 가슴이 뛰었다. 삼성서울병원 김관민 교수(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필두로 옆구리에 3~4㎝의 구멍 1개와 1㎝의 구멍 2~3개를 뚫어서 수술상처와 후유증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흉강경수술이 번져나간 것이다. 김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에서 개최되는 삼성심포지엄에 참관하고 일본 동부국립암센터에서 장비에 대한 연수를 마쳤다. 국내에서 관련 학회와 연수프로그램이 있을 때마다 참가하고 흉강경 수술의 세계에 들어섰다.

김 교수는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흉부외과에 제자들이 지원하지 않는 현실도 고려했다. 환자 몸에 구멍을 최소로 뚫으면 최소의 의료진이 투입돼 환자의 부작용도 최소화하는 일석이조가 가능했기에 자나 깨나 수술 부위를 줄일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동물실험을 통해서 검증해나갔다.

마침내 2010년 국내 최초로 구멍을 2개만 뚫고 수술하는 데 성공했고, 2012년에는 국내 최초, 세계에서는 스페인 의사에 이어 두 번째로 구멍을 하나만 뚫고 수술을 진행했다. 2014년에는 미국흉부외과학회에서 구멍 1개를 뚫고 수술한 110명의 사례를 발표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중국, 홍콩 등에서 수술 시연을 했고 일본, 대만, 중국, 인도 등에서 의사들이 수술을 배우러 왔다.

2016년에는 수술의 또 다른 세상을 열 계기가 다가왔다. 고려대 구로병원이 서울의 대학병원 중 막차 격으로 수술로봇을 도입한 것이다. 도입 시기는 늦었지만 수술로봇이 최신형인 다빈치 Xi였다.

이전 로봇에서는 암 부위를 자르면서 곧바로 봉합하는 자동봉합기가 없어서 세밀한 로봇수술이 불가능했고 10여 년 전 일부 병원에서는 폐암 수술을 하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다빈치 Xi에는 최적의 자동봉합기가 갖춰져 있어서 흉부외과 수술에 안성맞춤이었다. 당시 고려대 구로병원에는 동물실험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다른 대학에 장비를 싣고 가서 동물실험을 하며 실력을 닦았다.

김 교수는 아시아 최초로 흉선종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수술에 성공했고, 2017년 서울에서 세계 50여 개 국 1800여 명이 참가한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서 30여 명에 대한 수술 성공사례를 발표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고민이었습니다. 로봇으로 세밀한 부위의 수술은 가능해졌지만 흉강경으로 수술 부위를 1개까지 줄었는데 다시 3개의 구멍을 뚫어야 했으니 환자들에게….”

김 교수는 구멍 4개를 뚫은 다른 의사들보다 1개 줄여서 시작했다가 연구를 거듭해서 2018년 마침내 세계 최초로 구멍 2개만 뚫어서 수술상처를 최소화하는 로봇수술에 성공했다.

김 교수는 다른 장비를 도입해서 간단한 절제가 가능한 수술은 구멍을 하나만 뚫어서 시행하고 있으며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박성용 교수와 함께 이 수술의 성공적 결과를 《미국흉부외과학회지》에 발표했다. 그는 또 옆구리 대신 복부에 구멍을 한 개 뚫어서 흉선을 절제하는 수술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고 박 교수와 함께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 발표했다. 지난 19일 밤9시에는 온라인으로 개최된 유럽흉부외과학회에서 30대 여성의 흉선종을 자르는 영상과 함께 10여 명의 수술 사례를 발표했다. 차기 학회장은 채팅창에 ‘Excellent!’라는 댓글을 달며 응원했다.

김 교수는 부작용을 최소화한 흉강경, 로봇 수술이 소문이 나서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는데다가 환자의 수술 부위를 최소화할 또 다른 연구를 위해서 해외연수도 포기해야만 했다.

그는 2010년부터 암 수술 때 정상세포는 최대한 살리고 암 부위만 자르기 위해 암세포에 형광물질을 넣어서 암과 정상조직을 구분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처음엔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조영제와 형광기기를 만들 동지가 없었다. 흉부외과 대선배인 ‘마당발’ 선경 교수에게 부탁해서 서울대 핵의학과 정재민, 고려대 바이오의공학과 김법민 교수를 소개받았고 고려대 바이오의공학과 최연호 교수와 카이스트 뇌및바이오공학과 박지호 교수,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분자영상센터 최학수 교수 등이 합류했다.

김 교수는 가슴에 형광 주사액을 투입해서 수술 부위와 정상 조직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10년 연구 끝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 표적물질을 입으로 흡입시키게 하는 과정을 거쳐서 정맥주사로 넣어서 폐에 도달케 해서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선 임상시험 허가를 받는 과정에 있다.

그는 또 고려대 의대 영상의학과 용환석 교수, 고려대 의대 노지윤 연구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영상의학과 이재욱 교수 등과 함께 폐암을 정확히 찾는 다중영상 조영제를 개발, 지난달에 외과 최고 학술지 《애널스 오브 서저리》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폐암의 조기진단을 통해 수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연구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최연호 교수와 함께 AI를 활용해서 세포의 신호전달물질로 세포의 여러 특성을 갖고 있는 엑소좀을 분석, 피 한 방울로 30분 만에 폐암을 진단하는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 진단법이 95%의 정확도를 나타낸다는 연구결과를 《ACS 나노》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환자는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 상처를 안고 병원에 온다”면서 “의사는 그 상처를 덧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단어, 자세, 표정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믿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최소수술로 예전보다 상처가 많이 작아졌지만 그래도 통증은 있을 것이다. 그나마 줄이기 위해서 신경 쓰고 있으니 함께 이겨보자”고 안심시킨다. 그는 수술 전후와 병실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궁금증을 최대한 풀어주려고 애쓰며 가능하면 자주 병실에 방문하려고 노력한다. 하루 최소 2번은 병실을 방문하고 3, 4번 찾아갈 때도 있다.

그는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과 암, 혈관, 기관지 등의 조영 영상을 매칭시킨 상태에서 로봇수술로 암 부위만 잘라내서 환자의 수술 후유증을 극소화하는 날을 꿈꾼다. 로봇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로봇수술 회사와 공동연구하고 있으며 해부용 시신(카데바)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다.

“옛날 고통스러운 환자의 신음에서는 벗어나서 지금 많은 환자들이 나중에 ‘내가 수술한 것 맞느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환자의 후유증을 더욱 더 줄여서 암에 걸리기 전의 삶 그대로 살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폐암도 초기에 발견하면 몸살 앓듯이 지나갈 수 있는 그날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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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댓글
  1. 김남원

    홧팅

  2. 박벅자

    2020년 예측을 보면 기계가 상당부분 인간 일을 대체한다고 하는데 로봇 가격이 워낙 비싸고 숙련이 필요한 영역이라 아직도 갈 길이 머네요. 윗분 말대로 화이팅입니다.

  3. ***

    화이팅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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