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문지기’ 뇌혈관장벽과 뇌건강

[최한경의 뉴로트렌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의 어느 장기이든지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고 노폐물을 제거한다. 다만, 두뇌에 필요한 영양소는 다른 장기와는 그 조성이 꽤나 다르기 때문에, 혈액을 곧바로 이용하지 않고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해 한 번 걸러 사용한다.

교과서적 지식으로 뇌혈관장벽은 이름에서 풍기는 기운처럼 뇌와 혈관을 나누는 공고한 장벽처럼 그려지고 있다. 뇌혈관장벽 덕분에 뇌의 안정성이 보장받지만, 이 때문에 뇌종양, 치매, 파킨슨병 등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물을 투여하는데 그야말로 장벽이 되기도 한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특정 약물이 뇌혈관장벽을 통과하는 방법에 대한 실용적 연구 못지않게 뇌혈관장벽의 변화와 뇌건강에 대한 기본적 연구 열기도 뜨겁다.

과학자들은 우리 몸 여느 장기와 마찬가지로 뇌혈관장벽도 변화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러 연구에서 치매와 같은 퇴행성 질환이나 자폐증과 같은 정신질환에서 뇌혈관장벽이 망가지며 병세의 진전을 부채질하거나 일부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뇌혈관장벽의 기능을 조절하는 요인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마르타 세가라(Marta Segarra) 박사와 암파로 액커-팔머(Amparo Acker-Palmer) 박사는 뇌혈관장벽이 기존에 생각하던 것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조절된다는 견해를 담은 종설 논문(Review article)을 《트렌즈 인 뉴로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뇌혈관장벽은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형성되는데, 사람에게선 수정 12주 정도면 이미 기본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신경세포가 형성되는 발생 단계와 발맞춰 뇌혈관장벽도 기능을 시작하는 것이다. 거꾸로 노화 과정에서는 뇌혈관장벽의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데, 이는 혈액에서 걸러야 할 내용물을 잘 막아내지 못하고 뇌척수액에서 혈액으로 치워야 할 노폐물을 잘 제거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뇌혈관장벽의 손상 마커인 PDGFR나 혈장 단백질이 뇌에서 검출되기 시작하고, 뇌혈관장벽의 펌프 단백질들의 기능 약화가 관찰된다.

이런 변화는 생애라는 긴 시간에 걸쳐 이뤄질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 중에도 생긴다. 일주기(日週期) 생체시계와 수면 모두 뇌혈관장벽의 기능 변화를 조절하는 중요한 인자들인데, 특히 수면 이상은 뇌혈관장벽의 기능을 약화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면 자다가 자주 깨곤 하는데, 수면의 질 저하와 노화 과정 모두가 뇌혈관장벽의 기능 약화와 연결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건강 관리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장 건강이나 식이 건강 등도 뇌혈관장벽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장이 두뇌와 소통하는 과정에 장내 미생물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장내 미생물이 없는 상태로 동물을 사육하면 해당 동물에서나 그 새끼에서도 뇌혈관장벽의 기능이 비정상적이 된다. 다만 어떤 과정을 통해서 장내 미생물이 뇌혈관장벽의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낸 여러 물질들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와 신체 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개운치 않은데, 뇌혈관장벽에까지 영향을 주어 두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니 이 분야의 향후 연구를 주목해 볼 만하다.

뇌혈관장벽은 뇌세포가 사용해야 하는 여러 영양분을 통과시키기 때문에 우리의 영양 섭취 밸런스를 늘 감시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비만인 사람에겐 이런 기능이 약화돼 대사 조절에 핵심적 호르몬인 렙틴이나 인슐린이 뇌로 들어가는 비율이 줄어든다고 한다.

뇌혈관장벽은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그 기능이 떨어진다. 대표적인 생물학적 스트레스인 산소 농도 저하, 산화적 스트레스, 고열 등이 있거나 저체온 상황에서 뇌혈관장벽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이뿐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뇌혈관장벽의 기능저하가 보고된다. 쥐를 물리적으로 묶어 두거나, 어미와 새끼를 분리해 두거나, 큰 쥐에게 공격당하는 상황 등이 모두 뇌혈관장벽의 기능을 저해한다.꼭 장기간이 아니더라도, 단기간의 강력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뇌혈관장벽을 열리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뇌혈관장벽의 기능 저하와 관련된 요소를 정리해 보면 노화, 수면부족, 장뇌축(Gut-Brain Axis∙장과 뇌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 이상, 비만, 생물학적 및 심리적 스트레스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원래부터 뇌건강에 나쁜 요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뇌혈관장벽의 이상은 이들 요인이 뇌건강을 저해하는 과정을 매개하거나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연구를 통해서 뇌혈관장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뇌 건강을 해치는 요인들의 악영향을 줄이거나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뇌혈관장벽을 선택적으로 강화하는 비법이 알려져 있지 않기에, 상식적 접근법이 뇌혈관장벽의 건강도 함께 가져다 준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잠을 푹 자고, 적절한 식이와 규칙적 운동으로 장 건강과 체중에 신경을 쓰면서 여러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는 것이 그것이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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