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청년 외로움-우울 방치할 것인가?

[허윤정의 의료세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눈에 보이는 게 보이지 않는 것보다 나은 거야. 숨어 있는 게 더 위험하고 무서운 거란다.”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윤여정)가 돌을 던져 뱀을 쫓아내려는 손자에게 하는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많은 문제가 숨어 있거나 드러나지 않아서 위험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깥으로 위기신호를 보낸다. 특히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이나 우울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더 큰 정신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뚱겨주는 신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 지표들을 보면 코로나 대유행으로 타인과의 단절이 지속돼 ‘외로움’이 재생산되고 있다.

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의 작년 ‘외로움’과 관련한 인식 조사 결과, 10명 가운데 6명이 일상적 ‘외로움’을 호소했다. 젊을수록 외로움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67%, 30대가 64%가 해당돼 청년의 ‘외로움’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최근 KBS가 보도한 ‘2021 청년 고독사 보고서’에서 2년 동안 발생한 10만4000여 건의 변사 사건 경찰 기록을 분석해 청년들의 생애를 추적한 결과, 서울시 전체 고독사 중 10%가 청년 고독사로 나타났다. 청년세대의 위기 신호가 빨간 경고등 사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응급실 방문 환자 중 자살시도자 현황은 위태로울 정도다. 응급의료기관 66곳에 실려 온 20대 여성 자살시도자는 4607명으로 전체 2만2572명의 20%를 차지, 전 연령 가운데 가장 많다. 20대 남성은 1788명에 8% 수준으로 남성 연령 중 가장 많다. 전체 자살시도자가 4.7% 늘어날 때, 20대 여성은 33.5% 증가했고, 20대 남성은 19% 늘어나, 가파른 증가추세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5년 동안 기분장애나 공황장애로 진료를 받은 20대 환자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것도 주목할 지표다. 청년세대가 끔찍이도 위험한 상태인 것이다.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청년들이 늘어난 데 반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결과,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응답자는 전체 28%로 나타나 네 집 가운데 한 집이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다 보니 혼자 반려동물을 키우며 사는 ‘혼펫족’, 아이를 낳지 않고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딩펫족’등의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젊은이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일리 있다.

또, 지난 12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이 있는 비중이 37%로 조사 대상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부장이 지난7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정신건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이 길게는 40~50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 부장은 “1960~80년 미국 인구센서스 결과를 바탕으로 전향적 추적조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 스페인독감 대유행 동안 출생자는 다른 시기 출생자보다 학력도 낮고, 더 높은 신체장애 비율을 가져, 팬데믹의 영향이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질환 발생 가능성은 5.8%로 독감이나 다른 호흡기 감염, 골절 등의 코호트와 비교해 2배 높았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도 4.7%로 급증했고, 치매 유병률도 상승돼, 코로나가 정신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수많은 팬데믹 이후 공통적 결과는 인지적 혼란과 정서적 혐오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급속히 퍼지는 인포데믹도 일종의 인지적 혼란이기 때문에, 코로나19는 이를 포함한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또, 외로움을 지속적으로 느끼면 정신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해롭다. 대규모 역학조사 결과 외로움이 흡연보다 건강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영국, 일본 등에선 외로움-고독 담당 부처 신설

영국은 2018년부터 ‘외로움 부’를 신설하고 다른 부처와 협력해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20년엔 2000만 파운드(약 317억 원)가 넘는 재정을 투자하고, 시민사회와 기업과 함께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외로움을 공공 보건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2월 사회적 고독과 고립 문제를 담당할 부처를 신설하고, 지방창생(활성화) 담당상(장관)이 겸임하도록 했다. 스가 총리는 담당상에게 일본에서 사회적 고립으로 자살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문제에 대해 종합적 대책을 요청했다.

코로나 블루가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된 한국도 코로나로 증폭된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공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외로움과 우울은 눈을 크게 뜨고 보지 않으면 잘 안 보인다. 힘들게 직시할 수만 있다면 정신건강의 적신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볼 수 있는 창(窓)일 것이다. 가장 취약한 청년들의 마음건강을 지키면서, 그 아래 똬리를 튼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도 함께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멀지 않은 시간에 시한폭탄이 터질지 모른다. 숨어있거나 드러나지 않는 것이 더 무서운 법이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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