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아가페·루두스…당신의 사랑은?

[85세 성의학자의 사랑이야기]

사랑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은 동서고금에 별 차이가 없다. 대체로 사랑은 단순한 사랑과 복잡한 사랑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이를 가장 잘 분류한 사람들은 아마 2500년 전 고대 희랍인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사랑을 ▲에로스(Eros·정열, 색정적 사랑) ▲아가페(Agape·이기심이 전혀 없이 주는 사랑), ▲ 스토르게(Storge·가족애, 부모의 애정 같은 것) ▲루두스(Ludus-친구처럼 같이 노는 사이의 사랑) ▲마니아(Mania-감정적으로 극한 상황, 즉 소유 질투 등에까지 얽힐 수 있는 사랑) ▲필리아(Philia-단순히 좋아하는 것으로 남녀 사이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봄)의 6가지로 분류했는데, 이 분류가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인용되는 것은 왜일까?

이들이 너무 분류를 잘해서 더 이상 할 수 없거나, 아직도 사랑의 참 뜻을 잘 몰라서 제대로 분류하기가 어렵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랑은 형태가 있는 성행동의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멀리 떨어져 만나지 못해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사랑을 문학적인 것쯤으로만 잘못 알고 있으면 안 된다. 현대에 와서는 복잡한 사랑을 크게 정열적인 사랑과 동반자적인 사랑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많다. 여기서 정열적인 사랑이 초기단계의 탐색형의 사랑이라면, 후자는 성숙된 완성형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그들의 낭만주의적 사고 때문에 언필칭 ‘사랑이 식었다,’ 또는 ‘권태기가 왔다’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랑에 대한 오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사랑이나 친밀감, 결속 같은 인간 사이의 관계는 성립이 되고나서, 유지가 되고, 다음에는 발전이 돼야 하는 것, 즉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사랑의 속성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친밀감은 과연 무엇일가? 라틴어의 ‘Intimus’에서 나온 이 말은 ‘가장 내면에 또는 가장 깊은 곳에’라는 뜻이다. 두 사람이 매우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 또는 행동을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더 이상 가까울 수 없을 만큼 가까워진 상태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기차여행 중에 잘 모르는 옆의 아가씨가 까주는 달걀 때문에 느끼는 친밀감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친밀감이 꼭 이성 간에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그렇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친밀감의 형성은 대체로 다섯 단계를 거치면서 완성된다고도 하는데, 즉 정신적인 친밀감으로부터 시작해서, 지적, 애정의 친밀감, 그리고 육체적인 것을 거쳐 성적 친밀감이 그것인데 성적 친밀감이야말로 그 중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친밀감의 표현은 상대를 염려해주고 걱정해 주며, 상대를 믿어 주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모든 것을 수용해 주며, 정직해야 하지만 선의를 위해서는 약간의 거짓말도 하며,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자기의 애정을 꼭 표시하는 것으로 말로는 물론 행동으로도 하게 된다.

부부 사이의 관계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으므로 결혼 전부터 이 친밀감을 우선 만들어야 함은 물론, 이를 잘 유지할 뿐 아니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서로가 생각하고 원하는 친밀감의 내용이 다를 때가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친밀감의 표현은 여러 가지 형태로 가능하지만 역시 성적인 표현을 능가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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