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의 헬스앤] 안락사, 어떻게 볼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에서도 안락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매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말기 환자 등 처절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죽을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안락사’와 ‘존엄사’는 엄연히 다르다. 안락사는 환자의 죽음을 인위적으로 앞당기는 것이다. 영양분 공급 등을 중단(소극적)하거나 의사가 직접 치명적 약물을 주입(적극적)하는 방식이다.

존엄사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본인 또는 가족의 동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이다.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법적으로 중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물,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이 시행되고 있다.

안락사(조력자살 포함)는 현재 네덜란드, 스위스 등 7개국에서 허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도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안락사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의사가 직접 치명적인 약을 주입하면 적극적 안락사, 의사가 처방한 치명적인 약물을 환자가 복용하면 조력자살에 해당한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지난 2002년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룩셈부르크는 특정 말기 환자에만 적극적인 안락사를 허용했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은 환자가 요청할 경우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영양공급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치료를 중단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찬성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리서치 기관 조원씨앤아이가 2019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80.7%가 국내에서도 안락사 허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안락사 허용을 찬성하는 이유로는 ‘죽음 선택도 인간의 권리’(52.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안락사를 허용할 환자의 상태로는 진통제로 고통을 막을 수 없을 때(48.5%), 식물인간 상태(22.4%), 의사로부터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12.2%), 스스로 거동이 불가능할 때(11.0%) 등의 순이었다. 지난 2016년 서울대 의대 연구팀이 일반인 1241명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는 66.5%가 소극적 안락사에 찬성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계기로 그동안 금기의 영역이었던 죽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먼 훗날 임종 과정에서 소생 가능성이 없을 경우 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서약한 사전의향서 작성자가 85만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40-50대가 10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이제 ‘죽음 준비’는 낯설지 않다.

암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고통도 깊어지고 있다. 온몸에 기계장치를 달고 간신히 생명만 연장하는 연명의료에 의존하는 말기 환자에선 ‘인간의 존엄성’ ‘품위’를 떠올릴 수 없다. 오랜 간병에 지친 가족들은 환자와의 소중한 추억도 사그러들 수밖에 없다.  무의미하게 생명만 연장하는 연명의료는 남은 가족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부담도 지우고 있다.

이제 도입 4년째에 들어선 연명의료결정법이 깊게 뿌리를 내리면 우리 사회에서도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이에 앞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일반인 뿐 아니라 의료인도 죽음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공부도 필요하다.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인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소극적 안락사는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명의료 중단이나 소극적 안락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겠다는 목적에서 출발한다. 죽음도 품위 있게 맞겠다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마지막 사랑’도 배여 있다. 죽음을 말하는 게 더 이상 금기의 영역은 아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안락사 논의에 앞서 죽음에 대한 논의를 새롭게 할 때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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