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 응급실 치료·보호, 최선입니까?

[허윤정의 의료세상]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Vs 중독치료센터

세계적으로 술로 인한 사망은 300만 명이 넘고, 사고나 질병은 전체 질병의 5%나 차지한다(WHO,2018). 특히 우리나라에서 ‘주취(酒醉),’ 즉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범죄 발생 빈도는 끔찍할 정도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살인·강도·방화·강간 등 4대 강력범죄자 중 32.2%는 주취자다. 보건복지부 보고서에는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음주로 피해를 입었다”고 답변한 사람이 98.3%, 주취자에게 욕설을 듣거나 시비가 붙은 사람도 46.2%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막을 근거는 미흡하다. 음주 소란은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금주 정책을 시행하는 168개국 중 거리와 공원에서 음주를 제한하는 나라는 모두 102개국이지만, 한국은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규제하지 않는다. 술 많이 마시는 것을 자랑하고, 만취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음주문화 탓에 온갖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2017년 1만2,883명의 공무집행방해범 중 9,048명(70.2%)이 술에 취해 경찰, 구급대원 등에게 폭행을 가했다. 지난 2018년 119구급대원이 만취자에게 맞아 숨졌던 주취 폭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신림동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의 20대 가해자는 술에 취해 택시 안 구토를 나무랐다는 이유로 60대 택시 기사를 폭행해 구속됐다. 주취로 인한 경찰관 폭행, 관공서 주취 소란, 119대원과 응급실 의사 폭행, 길거리 고성방가, 자동차를 비롯한 기물 손괴, 음식점·유흥업소 소란 및 업무 방해 등은 매일 밤마다 벌어진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주취자 대응책으로 지난 2012년,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안전사고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주취자를 병원에 이송하여 보호하는 ‘주취자 원스톱 응급의료센터’ 제도를 도입했다. 서울에서 시작한 센터는 2014년 6대 광역시로 확대해서 현재 전국에 13개 시도에서 운영되고 있다.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는 만취자를 병원 응급실로 이송해 주취 상태 해소까지 대상자를 치료·보호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응급실은 이미 주취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4년간 응급실 폭행은 2.9배 증가하고, 가해자의 65.5%는 주취자다. 응급실 내 폭행을 비롯한 진료 방해 행위의 67.6%는 주취자에 의해 발생한다. 경찰도 폭행하는 범죄자인 주취자를 응급실로 보내 환자로 보는 것이 최선일까?

우리 사회는 주취자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 모주망태들이 만취해서 주사를 부리는 것을 용인하고, 주취자도 치료·보호받아야 할 약자로 보는 관점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오히려 주취자들이 응급실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회적으로 고비용이 지불되는 대학병원 수준의 응급의료센터에 만취자들이 상습적으로 격리실에서 수액을 맞고 술 깨고 가는 공간으로 응급실을 이용하는 것이 적절할까? 만취자들의 응급의료자원 이용을 건강보험으로 충당하는 것이 적절한지 생각해 봐야한다.

경찰이 상주하고 있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의 주취자 대응 프로토콜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기 어렵다. 주취자가 의료진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에도 상주 경찰이 적극적인 제압을 꺼리는 이유는 과잉조치로 문제가 되거나 인권위 제소가 된 사례 때문이다. 보안직원이 제압과정에서 주취자 폭력에 의해 다칠 경우 치료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험도 소극적 대응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취자 난동에 노출되는 현장의 의료진은 보호받지 못하는 형편이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응급실 환자들의 몫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경찰이 주취자 응급센터를 통해 주취자를 병원 응급실로 떠넘기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주취자 보호를 위해 현재 전국 6개 시·도 13개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의 전국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이를 추진하는 쪽에서는 “주취자가 술 깰 때까지 있는 단순 보호소가 아닌 알코올 의존증 치료나 음주 습관을 함께 개선할 수 있는 부가적인 기능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일견 정확한 지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취자가 단순 보호가 아니라 알코올 의존증 치료와 음주 습관 개선과 중독치료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치료의 대상이라면, 이들은 응급실이 아닌 중독치료센터로 보낼 환자로 분류돼야 하며, 다른 전달체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응급환자의 진료를 책임지고 있는 의료진이 주취자들의 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진료권 보장이 제도화돼야 한다. 건강보험과 응급의료기금 등 고비용의 의료자원으로 운영되는 응급의료센터가 주취자들이 술을 깨는 용도로 사용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한번은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도 응급실 환경이 열악한데, 질병과 사고로 응급한 환자가 사용해야 할 침상을 혹시 만취자들에게 내주는 것이 타당할까, 그것이 과연 최선일까?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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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댓글
  1. 익명

    유익한 글과 정보 감사드립니다.
    매일 아침 출근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코메디 닷컴~~ 최고~~~

  2. 김승재

    몰랐던 사회 모습인데 놀랍습니다
    지적하신 사항 내용에 공감하며 이루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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