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병 실제 존재…불안장애·강박장애와 비슷

[사진=Ponomariova_Maria/gettyimagesbank]
– 호르몬 변화로, 불안·강박·금단 증상 등 나타나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상대가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그 정도가 심하면 흔히 마음의 병인 ‘상사병’이라고 칭한다.

상사병은 비의학적인 용어다. 전문 용어라기보다는 문학적 표현에 가깝지만, 전문가들은 사랑에 빠지면 의학적으로도 상사병과 같은 감정적·신체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사랑에 빠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특별한 감정의 변화를 이해할 것이다. 콩깍지가 씌었다거나 세상이 장밋빛으로 보인다는 등의 표현을 하는 것도 사랑이 특별한 감정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설레고 행복해지면서 동시에 그립고 안절부절 못하게 되는 복합적인 감정이 일어난다. 또한, 호르몬 수치의 변주로, 심장이 뛰고 두근거리는 등의 신체적 변화도 일어난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불안감’의 일종으로 설명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로잡혀 그립기도 하고 초조해지기도 하고 허황된 생각에 빠지기도 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는 불안장애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영국 심리치료사인 셀리 베이커는 월간지 인스타일을 통해 사랑에 빠진 사람은 불안과 흥분의 상태가 혼재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불안장애와 같은 불안정한 증상들을 보이다가, 또 이내 심장이 뛰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등 육체적 호감을 느끼는 흥분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상사병의 증세들은 ‘도파민’이라는 호르몬 수치의 급격한 상승,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노르에피네프린’ 분비의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해 일어나는 ‘세로토닌’ 수치의 감소와도 연관이 있다.

세로토닌 수치의 감소는 강박장애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로 인해 또 다른 학자들은 상사병을 ‘강박장애’의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강박장애는 일종의 병적인 의심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상대방이 다른 이성과 만날까봐 불안하고 증거 없이 계속 의심의 감정이 증폭된다면 이는 건강한 범위를 벗어난 강박증일 수 있다.

사랑은 일종의 ‘중독’이기도 하다. 중독성이 있는 약물에 계속 노출되면 도파민 과다분비가 일어나 중독에 이르게 되는데, 사랑에 빠졌을 때도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로 인해 사랑에 빠진 사람은 행복감을 느끼면서도, 반대로 상대가 부재할 때 마치 ‘금단 증상’과 같은 불안한 상태에 빠진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도 중독과 비슷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할 수 있는 사람들의 비판적인 의견을 수용하기 어렵고, 상대방의 단점까지 긍정적으로 보면서 푹 빠지게 된다.

이러한 모든 감정의 변화가 건강한 범위 내에서 일어난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후 연인 관계가 안정적으로 자리하게 되면, 상사병의 증상들은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특히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할수록 더욱 안정적인 관계를 고착화해나갈 수 있다. 여기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관여해, 서로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만약 상사병의 증상이 건강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상대에 대한 지나친 의심과 불안 등을 보이는 형태로 촉발된다면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자신의 일상을 방해할 정도로 심각한 금단 증상을 보일 때도 마찬가지다. 엄마와 함께 마트에 간 어린 아이가 주변에 엄마가 안 보일 때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부재할 때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두통, 근육 긴장, 가슴 통증, 불면증, 식욕저하 등의 형태로 발현되기도 하고,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뇌의 부위가 더욱 활성화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자신이 불안장애나 강박장애의 정도가 심각한 상태일 수 있으니, 병원 상담을 통해 심리치료,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의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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