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의 정치, 정치의 방역

[허윤정의 의료세상]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작년 12월 검체 680개로 신속항원진단키트를 검증했다. 결과는 민감도 29%로 낮았다. 민감도는 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할 확률을 말한다. 코로나19 감염 환자 100명을 검사했을 때 29명이 양성의 결과로 나왔다는 뜻이다. 서울대병원 연구진 또한 지난 1월 입원환자 98명을 대상으로 검사했다. 이번에는 1인당 검체 2개를 채취해 RT-PCR(유전자 증폭검사)과 신속항원검사를 모두 실시했다. 그 결과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RT-PCR 대비 17.5%에 불과했다. 두 연구에 사용된 진단키트는 SD바이오센서의 신속항원진단키트인 ‘Standard Q COVID-Ag Test’였다.

자가검사키트’는 전문가가 코 뒤쪽에 있는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이 콧구멍이나 타액을 통해서 채취하게 되어 검사의 정확도가 더 떨어진다는 점이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유럽 질병통제센터의 경우 유병률이 2% 이상인 국가에서만 ‘자가진단키트’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라며 “이 검사 방법을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용해서 어떤 영업장을 출입할 수 있는 선별 검사로 사용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음성’으로 나오는 ‘위음성(가짜음성)’ 결과에 따른 확진자 확산 우려를 지적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전문가도 다수 있다.

지난 4월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하고, 노래연습장에서도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도입한 시범사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다음날인 지난 4월 9일 서울시 간부회의에서 ‘일회용 진단키트’ 도입 검토를 지시한 지 4일 만의 일이다. 이어 13일 국무회의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간이진단키트 사용허가“를 촉구했다. 그때까지 사용 허가를 신청한 업체는 없었다. 이렇게 촉발된 ‘자가검사키트’ 허가를 둘러싼 논쟁은 전례 없이 허가신청 11일 만에 종결됐다.

식약처는 지난 4월 23일 코로나19 자가검사가 가능한 항원방식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에 대해 조건부로 품목허가 했다. 두 제품 모두 자가검사용으로 민감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어 코로나19 감염 증상의 확진이 아닌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하고, 의사가 감염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가검사키트’는 누구를 위한 어떤 용도의 신속 허가였을까?

관련 주가는 급등했다. 휴마시스 진단키트가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에 코스닥 시장에서 장중 급반등세를 보였다. 종가는 전날보다 29.81%(상한가) 급등한 2만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회사를 통해 SD바이오센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오르비텍 주식은 지난 23일 12.21%(1000원) 상승한 9190원에 거래됐다.

오 시장이 허가를 촉구하면서 사용한 ‘자가진단키트’는 잘못된 용어다. “진단은 의료인이 검사 결과와 증상을 종합해서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고, 자가검사는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으로 오 시장이 말한 것은 ‘자가검사키트’라고 해야 한다”고 지난 4월 21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답변했다. 자가검사키트는 신속항원진단키트를 말한다.

‘자가검사키트’는 5월부터 인터넷과 약국 등에서 구매 가능하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민감도가 낮아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하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방역 당국의 이 같은 대응에서 ‘자가검사키트’ 논쟁에 조건부 허가로 답했으나, ‘보조적으로 사용하라고 당부할 수밖에 없다’는 속앓이가 보이는 것은 왜일까? 앞으로 3개월 동안 사용과 효능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보조적 검사임을 알면서 추가 비용까지 지출하는 검사로 얻는 사회적 이득이 무엇인지 따져볼 일이다.

보건당국은 구체적 사용처를 명시하지 않았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등 검사 대상자가 일정하고 주기적으로 검사할 수 있으며, 결과에 따라 관리가 가능한 곳으로 되어있을 뿐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아직은 구체적인 사용처를 명시하면 안 된다. 실제 효용성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구체적 사용처를 명시하게 되면, 해당 비용을 건강보험 급여 지급 요구가 빗발칠 것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민감도가 낮기 때문에 자가검사에 의존하기보다 먼저 PCR 검사를 받는 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한 질병관리청의 설명은 과학이다. 최단기 허가 등 기록 갱신에도 불구하고, 실효적 근거 확인 전까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적 자원이 포함된 지출은 신중해야 한다.

오 시장이 쏘아 올린 ‘자가검사키트’의 작지 않은 공이, 아직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 국민 건강보험 영역까지 넘봐선 안 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격언처럼 오 시장의 선의가 돌이킬 수 없는 대유행의 길목으로 가지 않도록, 방역은 선의가 아닌 과학적 근거로 결정되어야 한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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