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트라우마, 개인 트라우마와 어떻게 다를까?

[사진=9comeback/gettyimgaesbank]
팬데믹이 우울증, 불안증 등의 빈도와 강도를 높인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집단 트라우마’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개인 트라우마는 한 사람이나 소수의 사람들에게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을 발단으로 일어나는 감정적 상처다. 반면, 집단 트라우마는 한 개인이나 소수가 아닌 사회 전반에 충격을 안긴 사건이 계기가 돼 발생하는 트라우마다.

즉, 개인 트라우마가 아동학대, 학교폭력, 성폭력 등의 개인 경험에서 비롯된다면, 집단 트라우마는 전쟁, 자연재해, 팬데믹 등에 기인해 발생한다.

집단 트라우마, 역사를 바꾼다

집단 트라우마는 우리가 속한 사회 전반에 변화를 일으킨다. 정신 건강 전문가인 댄 라이덴버그 박사는 미국 언론매체 허프포스트를 통해 “집단 트라우마는 기억과 역사를 바꾼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집단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전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병에 걸리고, 가족 구성원이 위중한 상태 혹은 사망에 이르는 것을 경험하도록 만든다. 멀리 사는 가족들을 만나기 어려워졌고, 직업을 잃거나 재정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도 있다.

집단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는 개인의 사고와 행동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고, 각 나라의 정책과 국제 기준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각 개인은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집에서 일을 하고 운동을 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난다. 또한, 세계적으로는 비대면 인프라가 구축되고 감염병 대응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 갖춰지게 된다.

개인 트라우마처럼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한 문화와 규칙 등에 적응해 가야 한다는 의미다.

집단이 경험했지만…개인차 발생

집단 트라우마가 각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는 차이가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미국과 같은 다인종 국가는 의료 형평성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점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소수인종은 언어 장벽이나 차별 등으로 인해 적절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이로 인해 위중증이나 사망 위험률이 더욱 높은 상황이다.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의 경우, 혐오 범죄의 타깃이 되면서 정신적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 직접적으로 폭행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러한 뉴스를 접한 많은 아시아인들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즉, 집단 트라우마는 이처럼 일부 사람들에게는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집단 트라우마가 개인 트라우마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측면도 있다. 성폭행처럼 주변에 이야기하기 어려운 경험을 한 사람은 혼자 전전긍긍하며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 수 있다. 반면, 집단 트라우마는 이를 경험한 사람들끼리 어려움을 공유하고, 정책적으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기도 한다. 즉,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단, 각자의 경험을 공유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유되는 가짜뉴스는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고, 특정 인종을 핍박하는 잘못된 집단 행동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 트라우마가 모두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해서, 자신의 감정적 어려움을 방관해선 안 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집단 트라우마가 일으키는 외상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만성적인 우울감이나 불안감 등에 시달리고 있다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고 대화를 나누며 불편한 감정을 해소해나가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고, 운동이나 취미 활동 등으로 이를 해소해나갈 수도 있으니 남들이 다 겪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훼손된 감정 상태를 방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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