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이 위험에 빠지는 경우 [김용의 헬스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기간의 코로나19 유행으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야외에선 마스크를 벗는다는 백신 접종 1위 이스라엘, 영국 등의 소식에 “우린 언제일까?”라는 아쉬움도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77.8%’라는 제목의 보도가 지난 13일 잇따라 나왔다. 국민들은 열광했다. 마트에서 불가라스가 금세 품절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틀 뒤부터 남양유업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남양유업 불가리스에 대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남양유업이 순수 학술 목적을 넘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에 대한 홍보를 했다는 것이다. 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질병의 예방,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식약처는 “국민들께서는 이러한 허위‧과장 광고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드린다”면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부당 광고행위는 적극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남양유업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이 실험이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코로나 관련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인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이나 제품은 세포실험 단계를 거쳐  동물실험, 마지막으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임상시험(臨床試驗, Clinical Trial)은 의약품,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이다(남양유업은 임상실험으로 표기).

임상 1상에서 3상까지의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기간도 길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임상시험 단계가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과학자, 연구자의 연구성과는 학술지의 논문 발표를 통해 인정받는다. 이 과정에서 엄격한 동료평가(peer review)를 거친다. 특히 사람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 제품 관련 연구결과는 까다로운 동료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심사 과정에서 동료 연구자들의 반대가 많으면 논문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연구자들은 논문게재를 위해 실험을 거듭하고 검증 공세에 흔들리는 않는 데이터를 마련한다. 힘겹게 논문발표에 성공해야 제품 상용화를 위한 공식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수의사, 기초과학 전공자 등은 모두 넓은 의미의 과학자들이다. 밤을 새워 연구를 하고 논문을 통해 성과를 인정받는다. 당연히 데이터와 팩트가 생명이다. 연구방법론이 허술하면 동료 연구자들로부터 가혹한 평가를 받는다.

최근 과학자, 연구자들이 기업의 수익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의 최일선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있다. 본인 스스로 세일즈에  맨 앞에 서는 사람도 있다. 연구가 생명인 과학자라도 소속 기업이 있다면 회사의 경영안정을 위해 마케팅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영업에 개입하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연구결과의 생명인 데이터가 불신 받고 연구자의 권위가 추락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사람의 건강을 다루는 직업인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오랜 코로나 유행에 지친 국민들을 두 번 실망시키면 안 된다. 일반인들을 현혹하는 허위‧과장 행위에 나서지 않도록 스스로를 절제해야 한다. 기업 내에서도 연구자의 양심을 걸고 경영진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NO”를 말해야 한다.

의사, 한의사, 과학자, 연구자들의 권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홈쇼핑에 출연해 ‘원장님’ ‘박사님’ 타이틀을 내걸고 대놓고 상품을 파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권위는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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