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날리면 재채기 나는 이유

[사진=peterschreiber.media/gettyimagesbank]
꽃가루 ‘침입자’로 인지…면역반응 일어나

콧물·재채기 등은 꽃가루 배출이 목적

봄이 되면 앙상했던 나뭇가지가 풍성해지고 스산했던 날씨가 풀리면서 나무와 꽃이 색채를 더한다. 이로 인해 기분까지 화사해진다. 그런데 봄철 알레르기가 있다면? 매년 돌아오는 봄이 오히려 두렵게 느껴질 수 있다.

봄부터 여름 사이에 개화하는 식물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주범은 ‘꽃가루’다.

꽃가루는 가볍기 때문에 공기 중을 떠다니며 멀리 이동할 수 있다. 바다를 건너, 식물이 별로 없는 환경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도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표면에 쉽게 달라붙는 부착력이 있어 사람의 옷이나 피부에 쉽게 달라붙기도 한다. 또한, 눈, 코, 그리고 폐로 들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꽃가루 자체는 해로운 물질이 아니다. 꽃가루는 병원균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신체기관에 손상을 가하거나 질환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우리 몸이 꽃가루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있다.

사람에 따라 꽃가루에 매우 민감할 수 있다. 꽃가루를 불법 침입자, 즉 ‘항원’으로 인식해 격렬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코를 통해 꽃가루가 들어오면, 우서 일차적으로 코털이 방어에 나선다. 하지만 일부는 코털을 뚫고 더 깊숙이 들어가 콧속 점막에 달라붙게 된다. 이곳에서는 Y자형 단백질인 ‘항체’가 꽃가루를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방어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면역 작용을 하는 백혈구를 보내고, 히스타민을 생성한다.

히스타민은 꽃가루를 내보낼 목적으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데, 그 결과물로 콧물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처럼 이물질과 뒤섞인 콧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 위해 재채기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꽃가루가 눈에 들어갔을 땐 눈물이 나고, 폐에 들어갔을 땐 가래가 형성되며 기침이 난다. 모두 꽃가루를 배출시키기 위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꽃이 개화하는 시기는 식물마다 차이가 있어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봄부터 여름까지 몇 달을 눈물, 콧물, 재채기 등으로 고충을 겪을 수 있다.

사실상 알레르기 반응은 특정 음식이나 화학물질, 동물털 등에 반응해서도 나타나지만, 특히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가 흔하다. 아직 그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일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꽃가루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이는 유전적 요인, 꽃가루 첫 노출 시기와 노출 빈도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 위기’도 꽃가루 알레르기와 무관하지 않다. 나날이 지구의 온도가 오르고 있는데, ‘란셋 지구 건강(The Lancet Planetary Health) 저널’에 실린 미국 농무부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는 동안, 꽃가루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기후 위기를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에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꽃가루가 날려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어떤 사람들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편을 겪기도 한다. 다행히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은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히스타민으로 일어나는 불편한 증상들의 발현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거나,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주입하는 면역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시즌에는 야외 활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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