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헬스리서치] ‘내로남불’, ‘남 탓’…나르시시스트가 너무 많은 세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르시시즘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 또는 자기 자신이 훌륭하다고 여기는 일을 말한다. 정신분석학적 용어로, 자기애(自己愛)라고 번역한다.

이 용어는 그리스신화의 미소년 나르키소스에서 유래했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자기와 같은 이름의 꽃인 나르키소스, 즉 수선화가 된 그리스신화의 나르키소스와 연관지어 독일의 정신과의사이자 심리학자인 폴 네케가 만든 말이다.

네케는 이를 나르시시즘(자기애 성격)이란 심리학 용어로 명명했다. 이후 오스트리아 출신의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많은 심리학자가 관심을 갖게 됐다.

자기애 성격은 나약한 자신을 방어하려는 자기방어적인 수단으로, 자존감으로 채워지지 않는 내면의 부족함을 타인의 칭찬과 인정으로 채우기 위한 노력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꾸준히 나타나고 부적응 적으로 작용하며 기능적 손상이나 고통을 발생할 때 장애까지 가게 된다.

의학적으로 나르시시즘은 자기애성 성격장애로도 불리는데 이런 장애가 있는 사람(나르시시스트)은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 고조된 느낌, 감정 이입의 부족, 자신의 독특함에 대한 거창한 느낌, 무한한 잠재력에 대한 환상, 숭배 받고자 하는 욕구 등을 보인다.

하지만 그들 내면의 자존감은 사소한 비판에도 손상되기 쉽고 취약하다. 이러한 장애를 가진 사람은 전 인구의 1~6% 라고 알려져 있으며, 여성보다 남성에서 좀 더 많이 발생한다.

특히 상당히 성공한 사람 중 많은 이들이 자기애성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기 중요성에 대한 거창한 인식을 가지고 있어 자기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특별한 대우를 받길 기대한다. 자신에 대한 비판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

또 누군가가 자신을 감히 비판한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혔다고 생각하면 격분하거나 또는 비판이나 공격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한 듯이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식대로 하기를 원하고 명성과 부를 얻는 것에 대해 야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전문가들은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대인관계는 빈약하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목표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려 한다”며 “취약한 자존감 때문에 작은 비난이나 지적, 거절에도 자존심에 상처를 심하게 받거나 격노하면서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고 말한다.

이런 나르시시스트는 실수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들은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나르시시스트들은 일의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을 때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고민하는 대신, ‘누구도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여긴다. 자기 탓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학생, 근로자, 관리자 등 여러 그룹의 참가자들을 상대로 다양한 연구를 한 결과, 어떤 일의 결과가 올바르게 나왔을 때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들은 ‘예상 가능했던 일’이라고 여기는 성향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강했다.

반면 일을 그르쳤을 때 나르시시스트들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에 따르면, 나르시시스트들은 업무에서 좋은 성과를 냈든, 그르쳤든 뭔가 다른 방식으로 처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성찰적 자기 분석을 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람은 자기 보호적 사고를 하기 마련으로 잘된 일은 내 덕이고, 안 풀리면 남 탓이라고 여기기 쉽다”며 “하지만 나르시시스트들은 이 성향이 특히 강한데 이는 자신이 남보다 낫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의 조언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뭘 어떻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까요?’라는 질문에도 ‘당시로선 최선이었기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고 반응한다.

연구팀은 “종종 나르시시스트들이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엄청난 자신감을 무기로 남의 성과를 가로채고, 자신의 과오를 남에게 돌리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나르시시스트들은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조직에 해를 끼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소시오패스가 될 위험성이 커진다. 소시오패스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인을 이용하며, 이에 대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메디컬데일리닷컴’에 따르면, 소시오패스가 될 위험성이 큰 극단적 나르시시스트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극단적인 자기애와 자만심을 가진 나르시시스트는 주변 사람에게 끊임없는 존경과 찬양을 요구한다. 따라서 극단적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의 잘못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즉, ‘내로남불’의 성향이 강하다.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는 자신은 사회적 규칙이나 규범 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매력적이고, 남을 조종하는 데 능하다는 것이다. 극단적 나르시시스트는 남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걸 얻으려 한다. 그래서 매우 카리스마 넘치고, 친화적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매력에 끌린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극단적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을 속이고, 멋대로 움직이는 데 능하기 때문에 인격 장애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세 번째 특징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극단적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인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청소년기를 거쳐 성년에까지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생애 전반기에 걸쳐 타인을 착취해 이득을 취하면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더불어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에 친구는 많지만 대개 피상적인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만성적이고 치료하기 어렵지만 심리치료와 함께 증상 완화를 위해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며 “항불안제, 항우울제, 항정신병약물 등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순일 기자 kstt77@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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