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감독 위독 오보와 몰염치 언론의 환자 보도

[이성주 칼럼]

[사진=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명예감독/뉴스1]
주말에 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명예감독이 위독하다는 기사가 곳곳에서 터졌다. ‘스포츠니어스’라는 축구 전문 미디어가 보도한 것을 여러 언론이 인용해서 소개했고, 심지어 공중파 방송인 SBS에서도 그대로 보도했다.

해당 기사들마다 ‘오보였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수많은 누리꾼들의 소망대로 다음날 유 감독이 스포츠조선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전하며 “내가 약속이 있는데 이대로 쓰러지지 않는다”고 알림으로써 오보로 판명됐다. 스포츠니어스는 기사를 삭제하고, 유투브를 통해서 사과 방송을 했다. 오보의 당사자인 스포츠지 대표기자는 사과 방송이 종료된 줄 알고 자리를 뜨면서 욕설을 해서 ‘비난의 불’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오보의 문제로만 선을 그을 수는 없다. ‘단독기사’가 어느 정도 사실이었어도 이런 기사는 비이성적, 비윤리적인 기사이다.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의 상태를 왜 기사화하면서 환자와 가족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줘야 하는가?

중환에 걸렸을 때에는 위독해지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좋아지기도 한다. 환자와 가족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일종의 전쟁, 전투를 벌인다. 수많은 ‘생사의 고비’를 경험하면서 함께 눈물 흘렸다 안도하는 과정을 거친다.

유 감독이 앓는 췌장암과 같은 난치암은 항암치료를 받으며 사선의 끝자락까지 갔다가 한순간에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주치의가 “어, 암세포가 하나도 안보이네요!”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정신을 차려서 온 가족이 부둥켜안고 울기도 한다. 필자는 유 감독도 1998년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에서 투혼의 동점골을 넣었듯, 2002년 한일월드컵 1차전 폴란드전에서 쐐기골을 터드렸듯, 난적 췌장암을 이겨내 팬들과 함께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함께 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지금은 조용히 암과 싸우는 유 감독 가족을 마음속으로 응원해야 할 때다.

암 환자에게 온갖 검사에서 암세포가 안 보이고 증세가 사라지는 것을 ‘관해’라고 하는데, 관해가 돼도 환자와 가족은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다. 10여 년 전 한 유력지에서 우리나라 최고 명의가 폐암 투병 중 관해 됐다는 기사를 내보낸 뒤 가족의 항의를 받고 배달판에서는 기사를 삭제한 적이 있다. 무서운 암과의 사투에서 동티가 날까 두려운 것은 자연스러운 심정이지 않은가? 결국 그 명의는 얼마 뒤 재발해 유명을 달리했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은 주치의가 “이젠 완치라고 보면 되겠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속을 까맣게 태우거나 살얼음을 걷는다. 완치 판정을 받고도 혹시 재발할까보다 조심조심한다.

그래서 특정인이 어떤 병 탓에 위독하다느니, 호전됐느니 기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정상적 언론의 불문율이다. 사람의 심정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어른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상식이다.

문제는 한 인터넷언론의 일탈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언론 전체의 병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군소 인터넷 스포츠지의 특종 욕심은 차치하고라도, 이걸 그대로 받아쓴 언론들도 “우리, 아무 생각 없어요!”라고 고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확인되지도 않은 것을 받아쓰고는, 오보의 책임은 모두 첫 보도 언론사에 떠 미루는 언론사는 한마디로 몰염치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언론이 자살 보도 원칙을 지키지 않아 ‘까마귀 언론’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도 결국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경쟁에 매몰됐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이번 유 감독 사례에서 드러난 질병 보도의 한계와 다르지 않다.

언론 윤리, 기자 윤리, 거창하지 않다. 언론사 사주나 기자의 가족이 그 상황에 있을 때 보도할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하면 된다. 기자이기 전에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 이것이 안 되는 언론사와 기자들 탓에 ‘질병 보도 권고기준’까지 만들어야 할까?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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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1. 기사 비판

    기사를 ‘생산’해서 ‘팔아먹는 것’

    ‘보도’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

    어느 직종이나 도덕과 윤리가 있으니 선을 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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