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피로증’에 대처하는 방법

[사진=Needs_Photo/gettyimagebank]
‘다정도 병인양 하여…’

고려시대 이조년이 남긴 시조의 한 구절이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집콕생활은 일상이 된 코로나 시대, ‘다정도 병’이란 표현이 왠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가족이든 룸메이트든 같은 공간에 못박혀 있듯 함께 보내는 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길어지면 미묘한 긴장감과 피로가 싹틀 수 있다. 미국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피로증에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정신과 의사 로버트 윌딩거 박사는 “우리는 원래 하루 온종일 한 공간에서 지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불편함이 생기는 순간에 상대를 몰아붙이지 말고 미리 기본 규칙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장을 높이는 요소들

평화 유지의 첫 단계는 왜 서로가 서로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지 이해하는 것. 긴장을 높이는 요소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스트레스 = 수시로 불거지는 정치 사회적 이슈와 함께 1년 넘게 이어진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람이 평소보다 더 슬프고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비좁은 공간 = 넓은 마당이 딸린 전원 주택이면 어떤지 몰라도 집에서 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대부분 사람들은 이전과 달리 실내 공간이 좁고 답답하다고 생각한다.

고립 =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지 못하면 짜증이 늘어난다.

세대 차이 = 성인이 된 자녀와 손주와 긴 시간을 부대끼면서 그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못해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사이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규칙들

좋은 관계에는 노력한 보람이 따른다. 우선 건강에 좋다. 윌딩거 박사에 의하면 좋은 인간관계는 심혈관 시스템, 관절,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성 염증 같은 신체 과정으로 전달되는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준다.

무엇보다 좋은 관계는 힘든 시기를 헤쳐나갈수 있는 동력이 된다. 1938년부터 시작된 하버드대 인간발달 연구의 책임을 맡고 있는 윌딩거 박사는 “(이 연구에서) 2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돌아보면,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열쇠라고 말했다. 바로 오늘날 생각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정 내 긴장을 완화하고 관계 피로증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우면 관계 피로증 해소에 효과적이다.

1. 서로에게 느슨하게 대한다 = 누군가가 잔소리를 하면 심호흡을 하면서 상대 역시 평소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

2. 친밀함과 거리두기의 균형을 맞춘다 = 베란다의 한 코너든 아니면 집 밖에 안전한 장소든,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3. 경계를 설정한다 = 함께 하는 시간과 떨어져 보내는 시간을 정한다. 점심과 저녁 식사는 같이 하고, 그 사이 시간은 각자 따로 보내는 식이다.

4. 기대를 낮춘다 = 항상 행복할 수는 없다. 서로에게 좀 짜증을 낸다고 관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런 순간에 상대를 다그치지 않고 너그럽게 넘기는 태도가 중요하다.

5. 소통방법을 바꾼다 = ‘당신’이 아니라 ‘나’로 시작하는 대화를 한다. 상대를 비난하거나 흠을 잡지 않는 의사소통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대가 설거지한다고 약속해놓고 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게을러” “당신은 도대체 왜 이 모양이야”라고 하기보다 “내가 힘들어. 당신이 설거지를 할지 아니면 내가 가서 치워야 할지 모르겠네”라고 말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

6. 무엇이 진정 괴로운지 털어놓는다 = 상대가 치약 뚜껑을 닫지 않았다고 짜증을 낼 때 사실 그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은 감정’에 있다. 실은, 상대의 어떤 점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7. 넓은 시야로 바라본다 = 인생은 짧다. 화를 내기 전에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돌아본다.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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