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바이러스 감염병 ‘C형간염’, 백신 없어 조기 검진·치료 중요

[사진=Rasi Bhadramani/gettyimagesbank]
코로나 사태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감이 커졌다. 바이러스 감염병은 코로나19 외에도 대표적으로 ‘C형간염’이 있는데,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무증상일 땐 환자가 감염 여부를 인지하지 못해 주변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있다.

C형감염은 방치하면 최악의 경우 암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을 위한 ‘검진’과 조기 발견을 통한 ‘치료’가 중요하다.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C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세 명의 과학자(하비 알터 미국 국립보건원 부소장, 마이클 호튼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 미국 록펠러대 교수)가 선정되면서, C형간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다소 높아졌다. 대한간학회 소속인 동아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백양현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을 계기로 C형간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다른 간염 대비 질병 인지도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며 “C형간염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RNA 계열 바이러스’로 돌연변이로 인한 유전적 변이가 심해 예방 백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C형간염 단계에서 진단 받아 치료하면 충분히 완치할 수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2030년까지 전 세계적 C형간염 퇴치 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적 노력을 촉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무증상 C형간염, 방치 시 간경변·간암으로 발전

C형간염 환자의 70~80%는 만성 간염으로 진행된다. C형간염이 만성화되면 지속적인 간 손상으로 피로, 구토, 구역, 복부 통증 및 식욕 감소, 근육통, 황달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 같은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2~10주 정도의 잠복기 후에도 무증상이 지속되며, 약 6%의 환자만이 증상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된다.

국내 C형간염 환자는 약 3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치료 받는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 80%는 간경변, 간암으로 악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2013~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이며, 주요 생산활동 연령대인 40~50대에서는 사망원인 1위인 암이다. 10년 생존률도 약 22%로 암종 중 가장 낮다.

환자 본인이 증상을 인지하기 어려운 만큼, 주변으로 C형간염 바이러스를 옮기는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출혈이 동반될 수 있는 치과 치료와 같은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이나 무허가 혹은 비위생적인 장소에서의 문신, 피어싱, 침습적 시술, 주사기 공동 사용 등으로 집단 감염될 위험도 있다.

C형감염, 8주 치료로 완치 가능…암되기 전 잠재환자 발굴해야

C형간염은 일차적 예방법인 백신은 없지만 치료를 통한 해결은 가능한 질환이다. 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뿐 아니라 경제적 질병 부담도 낮출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C형간염 단계에서 치료하면, 간경변 단계에서 치료할 때보다 약 27%의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과거에는 C형간염 치료에 6개월~1년여의 긴 시간이 필요했다. 주사제와 먹는 약(항바이러스제)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으로 치료 과정도 어려웠고, 성공률도 약 50%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는 90~99%의 높은 치료성공률을 보이는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DAA)가 개발됐고,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DAA가 출시돼 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특히 가장 최근 등장한 범유전자형(1~6형) DAA인 ‘마비렛’은 C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형과 관계 없이 최소 8주간 치료하면 99%의 치료성공률로 완치될 수 있다.

경구약 DAA 제제가 완치 수준으로 치료 패러다임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WHO는 2030년까지 C형간염을 퇴치할 수 있도록 각 국가가 노력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만, 일본 등은 C형간염 환자를 효과적으로 찾아내기 위해 국가 검진 권고 및 지원 보건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질병관리청을 주축으로 대한간학회가 2개월 간 무료 C형간염 검진 시범사업(1차년도)을 시행했다. 올해에도 특정기간 동안 시범사업(2차년도)을 시행해, 국가검진 도입 검토를 위한 비용효과성 등 관련 근거를 확보할 예정이다. 항체검사를 통한 조기 검진으로 잠재환자를 미리 발굴하는 것이 가장 비용효과적인 예방법일 것으로 평가되기 있기 때문이다.

백양현 교수는 “C형간염은 간단한 혈액채혈 항체검사로 정확하게 진단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미 우수한 치료약제도 나와 있다”며 “대상성 간경변증이 동반된 환자들도 하루에 한 번씩 8주간 약을 복용하면 99%에 가까운 치료성공률로 충분히 완치할 수 있어 조기 검진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해 ‘간의 날’ 기념식에서는 국내 C형간염 퇴치를 위해 2030년까지 C형간염의 인지율, 검진율, 치료참여율을 90% 이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목표가 제시되기도 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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