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운 긍정성’ vs ‘비극적 낙관주의’

[사진=camilla$$/gettyimagebank]
암울한 현실속에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위기 대처법이다. 그러나 낙관적 태도에도 균형이 요구된다. 이른바 ‘해로운 긍정성’으로 일컬어지는 병적인 낙관주의는 피하는 것이 상책.

‘해로운 긍정성’은 부정적 감정을 실패 혹은 약점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고난과 고통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정신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혹독한 시련과 투쟁의 와중에 있는 사람에게 ‘우리가 얼마나 복받았는가’를 되새겨보라고 강요한다고 슬픔 두려움 불안이 사라질 수 있을까. 오히려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면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BBC온라인판에 의하면 해로운 긍정성의 해독제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비극적 낙관주의’다. 비극 속의 낙관이란, 상실과 고통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삶에는 우리가 찾아야하는 희망과 의미가 있다는 사고방식을 뜻한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이 처음 정의한 개념이다. 인간에게는 좋은 것과 나쁜 것 둘 다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각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철학이다. 따라서 비극적 낙관은 팬데믹을 헤쳐나갈 때 또한 팬데믹 이후에도 우리에게 필요한, 보다 현실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좌절과 혼돈에서 의미와 목적 찾기>

비극적 낙관주의는 역경극복의 관점을 제공한다. 도전과 좌절 속에서도 의미와 목적을 찾아내 위기를 넘어서고, 결과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 ‘의미의 힘’의 저자인 에밀리 에스파니 스미스는 “비극적 낙관주의란 어떤 일이 벌어지면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과 고통을 받아들이고 동시에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이들은 고통을 부인하거나 외면하고, 어떤 이들은 그것에 완전히 압도당한다. 그러나 비극 속 낙관주의는 어려움과 도전을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예를 들어 남들앞에서 뭔가 발표해야 하는 상황의 스트레스를 위험 아닌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이다.

지난해 봄 영국에서 록다운이 시작될 때 스완지 대학 심리학과 박사과정의 제시카 미드는 주민들이 느끼는 웰빙의 변화를 측정했다. 당연히 웰빙 수준은 곤두박질쳤지만 비극적 낙관주의를 유지한 참여자들은 팬데믹의 정신적 충격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조사에서 참여자들은 ‘삶에서 어떤 일이 닥쳐도 이를 직시하고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인생에서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인다’ 등의 문구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순위를 매겼다. 이런 말에 가장 강하게 공감하는 사람을 비극적 낙관주의자로 분류했다. 그 결과 삶이 어려움과 함께 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갖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보다 효과적으로 역경에 대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에서 성장으로>

충격적 사건을 겪는 사람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수 있다. 다수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팬데믹 이후 PTSD를 걱정한다. 이는 해로운 긍정성에 매달린 사람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문제다. 매우 힘든 시기를 겪을 때 긍정성을 적당하게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극단적으로 긍정성을 고집하면 자신의 진짜 감정을 부정하게 만들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삶의 새로운 자산으로 재활용한다. 이는 ‘외상 후 성장’으로 불린다. 비극적 낙관주의는, 팬데믹이 초래한 고통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개인의 성장을 위한 토대로 사용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부정적 감정에 제압되거나 혹은 ‘해로운 긍정성’처럼 완전히 무시하는 것보다 비극적 낙관주의를 포용하는 것은 힘들다. 고통과 걱정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위한 매일의 노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트렌트 대학의 심리학자이자 명예교수인 폴 웡은 “비극적 낙관으로 가는 길이 불편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외로워도 괜찮다. 기분이 나빠도 괜찮다. 불안해도 괜찮다. 그게 바로 인간이다”라고 말한다.

현실의 숱한 고난을 받아들이면서 묵묵히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터널 끝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비극적 낙관주의가 전하는 희망을 찾는 방법이다.

이보현 기자 together@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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