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의 사랑과 장기 기증

정진석 추기경이 2016년 3월 24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추기경 서임 10주년을 맞아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뉴스1]
흐리고 눈, 비 내리는 3·1절. 수도권과 충청, 전라 등에서 새벽부터 비 내리고 경기 북·동부, 강원 산지는 저녁부터 눈 내린다는 기상청 예보. 중부지방과 경북 북부는 회오리바람과 함께 천둥, 번개 치는 곳도 있겠다.

아침 최저 3~7도로 어제보다 포근하고, 낮 최고 6~12도로 어제보다 수은주 약간 떨어진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이 ‘좋음’ 수준.

오늘의 건강 이슈=정진석 추기경(90)이 위독해서 1주일 전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으며 사후 각막기증을 서약했다고 한다.

서울대교구가 공개한 연명의료계획서에서 추기경은 “내 주변의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저의 부족한 점을 너그러이 용납하여 주십시오.”라고 펜으로 쓰고 “가능하다면 각막을 기증하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추기경은 건강이 악화되자, 통장 잔액을 모두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인 명동밥집, 아동 신앙 교육 등에 쓰도록 부탁했다.

서울대교구는 “추기경은 2006년도에 자신이 서약한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이 실시될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부탁했고, 만약 고령 때문에 장기기증 효과가 없다면 안구라도 기증해서 연구용으로 사용해 달라고 연명계획서에 직접 글을 써서 청원했다”고 밝혔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도 선종하면서 각막을 기증해서 두 사람에게 빛을 선물했고, 이 일이 알려지자 매년 7만 명 수준이던 장기 기증 희망자는 그해 18만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최근 수가 격감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장기 기증자 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매우 적다. 수많은 사람이 장기기증을 기다리다가 안타깝게 가족을 떠난다. 의대의 연구용 시신도 선진국 최하위 수준이다. 스페인은 생전에 별도의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모든 국민이 장기 기증에 동의한다는 법률을 마련했지만, 이 보다도 병원마다 유족을 적극 설득해서 장기 기증률이 우리나라의 10배 이상이다.

인터넷의 정 추기경 기사에는 다른 종교인들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빼곡한데, 추기경이 보면 무슨 말을 할까? 감사와 사랑을 말하고 실천에 옮긴 추기경의 기사에 붙은 미움과 증오의 댓글들….

1995년 소천한 우리나라 최초의 안과의사 공병우 박사는 작고 6년 전에 ‘사전장례 의향서’를 썼다. 공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지 말라. 장례식도 치르지 말라. 쓸 만한 장기와 시신은 모두 병원에 기증하라. 죽어서 한 평 땅을 차지하느니 그 자리에 콩을 심는 게 낫다. 유산은 맹인 복지를 위해 써라.”

정부는 심장사를 비롯, 장기기증의 영역을 넓히게끔 법을 보완하고 장기기증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하겠고, 장기기증 의향이 있는 국민은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야겠다. 인터넷에서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등을 검색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간단히 등록할 수 있다.

장기 기증은 합리적 이성의 결과이자 사랑의 표현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겠다.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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