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쉬는 날, 이대로 괜찮을까?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62호 (2021-03-01일자)

국경일, 왜 함께 자랑스러워하지 못하나?

코로나19 탓에 사람들이 모이는 걸 두려워해야 하는 안타까운 3·1절입니다. 인터넷에는 3·1절도 현충일과 마찬가지로 조기를 달아야 하는지 묻는 글들이 있던데, 3·1절은 자랑스러운 국경일이지요?

아시다시피 3·1절은 1919년 오늘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관에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29명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를 부른 것을 시발로 전국 각지로 독립을 요구하는 물결이 번져나간 날이지요. 3·1 운동은 세계가 모델로 삼을 비폭력 독립운동이고, 본질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선언한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듬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독립선언일로 삼고 중국뿐 아니라, 미국, 심지어 일본에서도 한인들이 성대한 경축행사를 벌였습니다. 퍼레이드, 축포, 기념 공연 등이 곁들인 ‘독립의 축제’였지요. 1946년 오늘 비로소 국내에서도 보신각 앞에서 이승만의 개회사, 김구의 경축사, 김규식의 만세 선창 등으로 기념행사가 펼쳐졌고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1948년 좌·우익이 각기 행사를 벌인 뒤 충돌이 있기도 했지만 한동안 명절과도 같은, 최고의 국경일로 다양한 행사가 벌어졌습니다.

3·1운동 100돌인 재작년에는 미국 뉴욕주 의회에서 ‘3·1운동의 날’을 제정하는 결의안이 상원 63명, 하원 150명 만장일치로 통과했습니다. 결의안을 주도한 한국계 하원의원 론 김과 친한파 존 리우 상원의원은 지난해 유관순 열사의 인권운동과 3·1운동의 의미를 뉴욕주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가르치도록 하는 ‘유관순 법’을 발의하기도 했지요. 해마다 오늘 미국 곳곳에서 한인들은 다양한 행사를 벌입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선 ‘국경일=노는 날, 쉬는 날’이 돼 버렸습니다. 국경일이 휴일이라는 것은, 그날을 의미를 새기라는 뜻일텐데, 휴일이라는 의미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3·1절도 예외가 아닙니다. 원래 3월1일은 각급 학교가 새 학년을 시작하지만, 3·1절이 쉬는 날이기에 실제 등교일을 늦추는 결과만 냈고, 학교에서 3·1절을 경축하는 것이 원천 차단돼 버렸습니다. 대신 3·1절은 대통령이 기념식에서 정국 방향을 제시하는 날로 변모해 버렸지요.

어차피 코로나19 탓에 3·1절 대규모 행사는 불가능하겠지만, 국경일의 의미를 살리는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학교가 쉬는 것은 등교 대신에 3·1절의 의미를 살리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거나 이와 관련한 현장교육을 하라는 뜻일 것인데, 과연 그러고 있나요? 근로자나 학생들을 쉬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다른 휴일을 늘리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텐데…. 현실적으로 휴일을 되돌리기는 힘드므로, 국경일을 뜻깊게 만들어야 할 겁니다.

우리는 왜 국경일을 통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축하하는 것에 무관심일까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이 모이지 못한다면 비대면으로라도 다양한 축제를 펼칠 수 있을 건데…. 세계사에 남을 비폭력 독립운동을 국민의 잔치로 승화하는 데, 왜 우리는 이렇게 무관심할까요? 내년에는 달라질까요? ‘국경일=쉬는 날’이 아니라 ‘국경일=잔칫날’로 바꿀 수는 없는 걸까요?


[핫 닥터] 약 대신 대화로 배앓이 치료하는 명의

이번 주 핫 닥터는 최근 베스트셀러 《기억 안아주기》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연호 교수(57)입니다. 작지만 나쁜 기억, ‘소확혐’이 일으킨 병을 어떻게 치료할까 화두를 던진 명저이지요. 최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와 빈혈과의 연관성을 밝혀 세계 교과서에 소개됐고, 염증성 장질환의 적극적 치료법을 통해 수많은 환자에게 빛을 준 의사이기도 합니다. 현재 성균관대 의대 학장으로서 ‘인성 교육’을 통해 ‘좋은 의사’를 육성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최연호 교수의 열린 진료 철학 보기


오늘의 음악

1810년 오늘은 폴란드의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리크 쇼팽이 태어난 날입니다. 쇼팽의 발라드 1번을 폴란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연주로 듣겠습니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의 명장면이 떠오르는 곡이죠? 다음은 요즘 가장 뜨거운 연주자 중 한 명이죠?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미국 피아니스트 롤라 아스타노바의 ‘환상즉흥곡’ 이어집니다. 1904년 오늘 태어난 글렌 밀러의 ‘Moonlight Serenade’도 준비했습니다.

  • 쇼팽 발라드 1번 – 크리스티안 짐머만 [듣기]
  • 쇼팽 환상즉흥곡 – 롤라 아스타노바 [듣기]
  • Moonlight Serenade – 글렌 밀러 오케스트라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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