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깜빡깜빡 잊고 우긴다고?

정상인의 기억력 문제 7가지

“깜빡깜빡 고유명사가 입에 맴돌지만 떠오르지 않는 것은 정상, 일반명사가 안 떠오르면 좀 걱정해야 하고, 동사가 떠오르지 않으면 치매 의심해야 한다.”

요즘 장, 노년층에서 번지고 있는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때때로 무엇인가를 잊어버리고, 나이를 먹으면 더 심해진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어떤 것을 완벽히 기억할 수 없다. 뇌가 건강한 사람들도 건망증이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무엇인가를 잊어버리는 것이 뇌 건강에 좋다. 정상인도 일상적으로 기억의 왜곡을 겪으며 스스로 이런 ‘가짜 기억’을 믿곤 한다. 따라서 누군가의 묵은 고발에 대해서 무턱대고 편승해서는 안되며, 증인의 일관된 진술만 있어도 증거로 인정해주는 법정의 판결은 과학적으로는 위험하다.

기억력의 문제는 대체로 나이가 들면 더 심해지지만,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가 아니라면 치매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치매 걱정이 스트레스가 돼 뇌 건강에 해롭다.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운영하는 ‘하버드 건강 출판’은 최근 뉴스레터를 통해서 정상인들이 겪는 기억력 문제 7가지를 소개했다. 당신은 어떤 것이 가장 심한가?

①금세 잊어버리는 것(Transience): 방금 전에 들은 이름을 금세 잊어버리거나 직전 회의에서 들은 지시사항을 잊어버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뇌가 꼭 필요한 기억을 골라서 저장하는 과정에서 탈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의 실수를 줄이려면 메모가 중요하다.

②집중하지 못한 것(Absentmindedness): 왼손에 스마트 폰을 들고 휴대전화를 찾거나 방금 전에 쓰던 펜을 어디 놔뒀는지 못 찾는 것은 대부분 거기에 집중하지 않아서이다. 뇌의 기억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며 이 또한 자연스런 현상이다.

③저지 현상(Blocking): 누군가의 이름이 혀끝에 머물러서 애가 탈 때가 적지 않다. 대부분은 비슷한 이름이 진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게 방해하기 때문. 연구에 따르면 몇 분 안에 절반 이상을 기억하게 된다. 아예 다른 생각을 하다가 다시 시도하면 더 잘 기억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④오귀인(誤歸因.Misattribution): 어떤 환경이나 기분이 기억을 왜곡해 저장함으로써 나중에 시간, 장소, 관련자 등을 착각하는 것. 많은 사람이 자기 기억이 옳다고 우기게 된다. 오귀인은 의도하지 않은 표절을 낳기도 한다. 작가 읽거나 들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기 창작으로 오해하는 것.

⑤피암시성(Suggestibility): 자신의 기대나 암시 때문에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어났다고 믿는 것이다. 대체로 서서히 기억이 왜곡되기 때문에 나중에는 진실을 의심하지 않을 정도까지 된다. 지금까지 뇌 연구에서도 왜 그런지 알려지지 않았다.

⑥편향((Bias): 아주 예리한 기억도 100% 실재를 정확히 저장하지 못하며 특정 시기의 기억은 이전의 기억, 경험, 믿음, 지식과 그때의 분위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편향돼 저장된다. 기억을 꺼낼 때의 기분, 다른 편향 등도 진짜 저장된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자연적 현상이지만 어떻게 편향되는지, 나이가 들면 왜 더 그런지 연구는 거의 없다.

⑦지속(Persistence):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지만, 거꾸로 잊고 싶은 것을 잊지 못해서 고통스러운 경우도 적지 않다. 끔찍한 사건, 부정적 감정, 멈추지 않는 공포 등을 잊지 못하는 것도 기억력의 문제다. 실제 일어난 것일수도 있지만, 왜곡된 기억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한다.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등의 환자들을 숨 막히게 만든다.

이런 7가지 기억력 문제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대체로 나이를 더 먹으면서 더 심해지는 경향이 많다. 나이를 먹으면 뇌도 늙어지고, 정보를 느리고 적게 흡수할 수밖에 없다.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노인은 치매만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기억력 한계도 자각하면 많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젊은이들 역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노인의 뇌를 이해하면 세대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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