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한국인에게 효과적인데”…소극적 치료가 문제

[사진= JV_LJS/gettyimagesbank]
한국인은 탈모에 예민하다. 왜 유독 ‘대머리’에 민감할까?

우리나라는 예부터 머리카락을 보존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머리모양새 이야기’에 따르면 몸, 털, 살가죽은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하여 부모에게 물려받은 중요한 부위로 여겨왔다. 이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지는 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서양인은 금발·은발 등 밝은 머리카락색이 두피 및 피부색과 큰 차이가 없지만,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은 어두운 모발 색 때문에 조금만 비어도 두드러져 보인다는 점 역시 탈모에 민감해진 이유로 설명된다.

이로 인해 한국인의 탈모 치료에 대한 열정은 유별나다. 미국 인구는 대한민국 인구의 6배가 넘지만, 탈모 관련 시장 매출은 4조원대로 비슷하거나 오히려 국내 시장 규모가 더 큰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매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남성형 탈모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의 2019년 한 해 매출은 765억원으로, 3년 전인 2016년 569억원 대비 34% 올랐다. 탈모 치료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피나스테리드,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효과 커  

탈모 중 가장 흔한 유형은 남성형 탈모로, 남성호르몬에 작용하는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 변환된 DHT(Dihydrotestosterone,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가 두피 모낭을 축소시켜 발생한다.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DHT 발생을 억제하는 경구용 제제가 있으며 성분에 따라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로 나눠진다. 오리지널 제제인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1mg)와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 0.5mg)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탈모 치료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제약사 임상 연구의 다수가 서양인 대상으로 진행되다 보니, 국내 환자 대상의 임상 연구 결과는 많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9년 한국인 남성형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피나스테리드 장기 유효성 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해당 연구의 교신저자로 참여한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피나스테리드는 한국 남성형 탈모 환자의 M자를 포함한 모든 부위에 있어 개선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서양 환자들 대비 한국 환자들에게 더 개선 효과가 높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피나스테리드 1mg으로 진행한 각 데이터를 봤을 때 한국, 일본 환자에서 이탈리아 환자보다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며 “이는 머리카락이 굵은 동양인의 모발 특성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성형 탈모, 꾸준한 의학적 치료가 최선

이처럼 탈모 치료제가 한국인에게 효과적이라는 점이 확인됐지만, 아직도 비의학적 치료에 기대고 있는 탈모인들이 많다. 최근 대한모발학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탈모 증상을 경험한 환자 중 병원 방문을 선택한 비율은 26.9%에 그쳤다. 반면, 샴푸 및 앰플, 영양제 복용, 두피 마사지 등 탈모 관련 제품에 대한 의존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창훈 교수는 “수 십년 간 국내 환자들에게 사용되면서 효과가 입증된 좋은 치료제가 있는데 탈모 개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샴푸나 영양제 등에 기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하루라도 빨리 내원해 전문가 진단을 통한 의학적 치료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탈모 치료제는 끊는 순간 탈모가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꾸준하게 복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치료제를 선택할 때는 장기적인 효과, 안전성이 증명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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